30년 전인 1991년 1월 17일 조지 H W 부시(조지 W 부시의 아버지) 대통령이 지휘하는 미군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군을 상대로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작전을 펼쳤다. 스텔스 기능과 전자장비 ECM(Electronic Counter Measure)을 갖춘 미 공군의 F17 나이트 호크(Night Hawk)기들은 당시 소련제 레이더 시스템을 갖춘 이라크의 방공 레이더와 미사일, 대공포를 침묵시킨 가운데 일정한 반경 내의 이라크 육군의 인명만 살상하는 CBM(Clustered Bomb Unit)탄을 투하해 이라크군을 무력화 시킴으로써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전쟁은 미군의 전자장비와 무기체제가 이라크 군이 보유한 소련제 무기체제를 완전히 패배시키는 완승을 거두어 소련체제가 붕괴하고 냉전이 종식되는 국제질서의 대전환을 가져왔다.
당시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상하이(上海) 교통(交通)대학에서 자동차 엔진을 전공한 장쩌민(江澤民)이었다. 걸프전에서 중국군과 마찬가지로 소련제 무기체제를 보유한 이라크 군이 미군의 무기체제에 완패하는 광경을 지켜본 장쩌민은 6월에 군 고위지도자를 소집해서 세 차례 군 무기체제 개혁에 관한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장쩌민은 이런 연설을 했다.
“전투기이건 미사일이건 모두 전자기술이 관건이다. 우리 군의 전자기술은 선진 세계 수준과 갈수록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우리의 무기체제는 확실히 낙후돼 있다. 우리는 우물 안에서 하늘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맹목적인 자만을 버리고, 국방과학기술의 수준을 끌어올려 이후에 발생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보고서 61쪽) 미군은 냉전이 종식된 이후 모든 잠재적인 적들에 대해 군사기술면에서 우위를 누려왔다. 그런 우위는 현재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군 고위 지도자들은 앞으로 몇 년 이내에 우리의 군사기술 우위가 상실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군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의 주요한 분야는 인공지능(AI)이다. 우리의 주요 경쟁국들은 자신들이 AI 무기체제와 자율무기(Autonomy·중국은 ‘自主무기체제’로 표현) 체제를 활용해서 우리 미국의 군사우위 분야를 ‘상쇄(offset)’ 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앞으로 미군이 기술적으로 진보한 적대국에 대해 우위를 갖추려면 AI가 탑재된 무기 체제와 군수 체제의 혁신을 가속화해야 한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우수한 전자장비와 무기 체제를 갖춘 미 공군기들이 지상의 소련제 레이더 방어체제를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광경에 충격을 받은 장쩌민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중국군의 전자장비 시스템 개선에 나서 미군과의 과학기술 간격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다. 장쩌민의 노력은 후임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에게 이어졌다. 2012년 후진타오로부터 총서기 자리를 넘겨받은 시진핑은 한걸음 더 나가 중국군이 인공지능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진핑은 자신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2017년 10월에 개최된 당 대회에서 국방 현대화에 관해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군대는 항상 싸울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우리 군이 갖추어야 하는 기준은 ‘싸울 수 있어야 하고, 싸우면 이겨야 한다(能打仗 打勝仗)’는 것이다. 새로운 작전능력을 갖추기 위해 실전과 같은 군사훈련을 하는 동시에 군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과 인터넷 네트워크 정보 체계를 갖춘 합동작전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관리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미국의 싱크 탱크 브루킹스 연구소가 지난해 4월에 발표한 ‘중국군의 혁신과 AI무기(AI Weapons in China's Military Innovation)’ 보고서는 “중국군은 2019년 7월에 공개한 ‘새로운 시대의 중국 국방’ 백서에서 ‘인공지능화 전쟁이 지평선 위에 떠올랐으며, 군사분야의 혁명을 추진하면 앞으로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메커니즘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이 인민해방군 소속의 국방과기대학에 대학원 과정의 ‘인공지능 과학학원’을 설립해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무기체제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적시했다. 브루킹스 연구소가 적시한 중국 국방과기대학 인공지능과학학원은 실제로 지난 2017년 12월까지 9개월에 걸쳐 인공지능을 탑재한 드론을 활용하는 실험을 100여 차례 실시한 사실을 중국 관영매체가 공개하기도 했다. 중국정부는 인공지능을 연구하기 위한 군민(軍民)합동 연구센터를 서해 건너 톈진(天津)시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설립해서 1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집중시키고도 있다.
중국군의 인공지능화를 관찰하고 있는 미국의 걱정에는 중국군의 인공지능화가 중국군의 핵무기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것도 있다. AI에 관한 미 국가안전위원회의 보고서는 미국의 그런 걱정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현재 미국의 핵무기 체제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만 핵무기 체제를 관리하도록 되어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핵무기 사용 여부에 관한 결정은 반드시 사람(미 대통령)만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도 핵무기 사용 여부를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결정하도록 하거나 자율시스템이 작동되도록 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의 걱정은 중국의 인공지능 무기화가 과거 소련이 채택하고 있던 ‘유사시 상대 적국에 대한 완전파괴’를 뜻하는 ‘데드 핸드 시스템(Dead Hand System)’과 연결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사시 중국의 핵무기가 미국과의 상호 확증파괴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절대로 인공지능이 관리하도록 해서는 안 되며, 이 과정만큼은 윤리감각을 가진 인간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미국정부가 이에 관해 중국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미국의 NSCAI 보고서는 중국도 중국이지만 중국의 인공지능 무기화 시스템이 북한으로 판매되거나 넘어갈 경우에 대해서도 우려를 하고 있다.
NSCAI 보고서나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국의 군사혁신과 AI무기’보고서는 인공지능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적용되는 알고리즘의 윤리성에 대해서도 걱정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 올라 화제를 모은 다큐멘터리 영화 '소셜 딜레마(Social Dilemma)'는 구글이나 유튜브, 페이스북 등 미국의 SNS들이 자신들의 이익창출만을 위해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는 고발을 했다. 특히 중국군은 중국공산당의 지휘를 받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인공지능을 탑재한 군사무기체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적용되는 알고리즘의 윤리성에 대한 걱정을 NSCAI의 보고서는 기록해놓았다.
30년 전 1991년 1월에 벌어진 미국과 이라크 사이의 전쟁에서 실시된 '사막의 폭풍‘ 작전 때 극적으로 표현된 미국 군사무기 체제의 소련에 대한 우위는 어느새 중국군의 인공지능화에 대한 미국의 걱정과 우려로 바뀌었다. 그러나 더 큰 걱정이 되는 것은 중국군이 인공지능화 군대가 되어가는 동안 과연 우리 군의 인공지능화는 어느 수준까지 진행되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중국군이 인공지능화 군대가 되어가는 동안 혹시 우리 군과 정치권의 시야는 인공지능을 탑재하지 않은 군사력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걱정된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우물 안 개구리 신세는 아닌지 걱정된다.
/ 논설고문ㆍ호서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