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25일 시행…은행권 '꺾기' 없어질까

2021-03-0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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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거래 판매자 책임 등 대폭 강화

대출 1개월 후 변종꺾기 등 실효성 의문

이른바 '꺾기' 관행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인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오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은행권도 이에 발맞춰 판매 절차 정비에 나서고 있지만, 꺾기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히 남아 있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각 시중은행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소법 시행 이후 상품 판매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내부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일부 은행들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내용을 알리는 데 나섰다.

금소법의 골자는 금융거래에서의 판매자 책임을 대폭 강화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금융기관의 상품에 가입할 때 "불완전판매로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이에 대한 입증 책임을 금융기관이 지게 된다.

대표적인 불공정행위로 꼽히는 꺾기에 대한 규제도 보완했다. 꺾기는 금융기관이 대출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예·적금을 비롯해 보험·펀드 등 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현행법에서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영업점 일선에서는 규제를 교묘히 회피하는 꺾기 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존에는 취약차주(중소기업, 신용 7등급 이하 개인)에 대한 꺾기만을 제한했으나, 금소법이 시행되면 일반차주(개인)에 대해서도 대출 전후 1개월 이내에 펀드, 금전신탁 등 금융 상품 판매가 제한된다. 대출금 대비 월 납입액이 1%가 넘어도 꺾기로 간주된다.

하지만 금소법 시행으로 은행권의 꺾기 관행이 근절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최근 들어 대출 집행일 전후 1개월을 넘긴 '변종 꺾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규제 기간을 '대출 전후 1개월'로 고집하는 금소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코로나19 대출 관련 시중은행의 자체 점검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6월 실행된 코로나19 1·2차 대출 67만7000건 가운데 34%인 22만8000건이 꺾기가 의심되는 사례로 나타났다. 해당 사례들은 대출 전후 2개월 내에 신용카드, 예·적금 등 다른 금융상품에 가입한 경우다.

상품별로는 신용카드 발급이 17만건으로 가장 많았다. 예·적금 가입이 6만9000건, 중도해지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보험·투자상품 가입도 6218건에 달했다. 대출 건수 대비 변종 꺾기 발생 비율로는 전북은행(60%)이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59%), 하나은행(50%)이 뒤를 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수익성 부진에 시달리면서 직원들에 대한 영업 실적 압박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성과를 책정하는 기준인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영업 관련 비중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은 꺾기 영업도 공공연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부를 찾은 고객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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