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보이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①KCGI, 명분 잃고 엑시트 타이밍도 놓쳤다

2021-02-16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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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기업 지배구조 개선 목적으로 투자…조현아 연합으로 명분 상실

국내에서 행동주의 가능성 확인 의미…역량 벗어나며 엑시트 어려워져

[데일리동방]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말 항공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산업은행이 한진칼에 투자를 단행하면서 사실상 종료됐다. 한국형 행동주의펀드를 내건 KCGI의 도전도 이렇게 실패로 끝나가는 분위기다.

KCGI는 지난 2018년 11월 한진칼 지분 9%를 매입하면서 ‘경영참여’를 보유목적으로 밝히면서 본격적인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서막을 알렸다. KCGI는 후진적 기업지배구조, 부당 계열 지원, 불필요한 유휴자산 보유와 방만 경영 등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강성부 KCGI 대표는 2019년 유튜브를 통해 한진칼 경영권 찬탈은 본질 왜곡이며 지배구조 개선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KCGI는 이후 반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과 3자 주주연합을 결성해 세를 불렸다. 2020년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7명의 이사 후보를 내세우고 정관변경 등을 요구했으나 표 대결에서 패했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인수할 수 있도록 지주사인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면서도 3자 연합은 물러나지 않았다. 조 회장을 도와주는 일이라며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사진=KCGI 유튜브 캡처]


◆목적 바뀌며 투자자 외면

KCGI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산업은행의 한진칼 지분 투자다. 그러나 이전부터 KCGI를 바라보는 시각은 좋지 않았다.

KCGI는 처음부터 경영권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KCGI가 오너가 갑질 주인공 중 한명인 조현아 전 부사장과 연합하고 권홍사 회장이 한진그룹 회장직을 요구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KCGI의 이러한 명분은 빛을 잃었다. 결국 경영권 찬탈을 목표로 한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명분을 잃은 KCGI는 결국 투자자들 외면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인식 등 한계

행동주의펀드가 주주가치 제고라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분 확보는 필수다. 하지만 행동주의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대부분 투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다.

KCGI는 한진그룹과의 경영권 분쟁 명분을 떠나 의미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 투자금을 조성했다는 측면에서 가치를 부여받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주주권을 강조하는 등 행동주의펀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며 “결과를 떠나 KCGI는 행동주의펀드가 국내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네이버금융]


◆‘악의적 투자자’ 오명 없이 엑시트 할 방법 찾아야

행동주의펀드의 본질은 수익률을 제1의 조건으로 하는 펀드다. 따라서 목적을 다하고 일정 시점이 지나면 수익을 내고 청산해야 한다.
KCGI는 수익률이라는 면에서 보면 아직 실패는 아니다. KCGI의 한진칼 지분 매입단가는 3만원대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주가는 6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아직은 2배가량의 수익률을 얻었다.

따라서 수익구간 내에서 엑시트가 중요하다. 시장에서 KCGI가 해외 펀드들에게 블록딜을 통해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20%가 넘는 지분을 받을 곳이 없어 매각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는 KCGI뿐 아니라 향후 행동주의펀드들이 전략 구상에 참고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한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행동주의펀드가 의미 있는 행동을 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지만 확보한 지분이 많으면 그만큼 엑시트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KCGI가 역량을 넘어선 경영권 확보 전략이 결국 엑시트 타이밍을 놓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 지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전략과 함께 아름답게 엑시트할 타이밍을 찾아야만 악의적 투자자라는 오명을 쓰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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