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9일 새벽 기각됐다.
대전지방법원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인 8일 오후 2시 30분부터 6시간가량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이날 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직권남용죄 구성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한 사실과 그로 인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모두 증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고,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불구속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주요 참고인이 구속된 상태이고, 피의자에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상당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백운규 전 장관은 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며 "월성 1호기 조기폐쇄는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였다"며 "장관 재임 당시 법관 원칙에 근거해 적법 절차로 업무를 처리했다"며 입장을 냈다.
그는 심문 과정에서도 본인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전지방검찰청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백 전 장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 전 장관은 2017년 7월~2018년 9월 산업부 장관으로 근무하면서, 월성 1호기 폐쇄에 앞서 당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월성 원전 운영 주체인 한수원이 정당한 업무를 못 하게 방해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그가 장관의 지위를 이용해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자료 삭제 등 월성 원전 관련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5일 검찰 조사에서 백 전 장관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 원전 관련 자료 530건을 삭제한 혐의를 받는 산업부 공무원 3명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백 전 장관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청와대 개입 여부 등 월성 원전 의혹 수사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