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거듭 밝혔다.
정 후보자는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는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그렇다"며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완전히 보장된다면 핵 프로그램을 진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또 "9·19 남북 정상 간 합의 때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부연했다.
정 후보자는 지난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서는 "결렬 책임은 북한과 미국 양측 모두에 다 있다"며 "북한은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을 하지 못 했고 협상력도 미숙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에 대해서는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 등 네오콘들의 '모 아니면 도' 식의 경직된 자세와 시각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정 후보자는 "당시에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수 있었다면 미국이나 한국 쪽의 전문가 수백 명, 수천 명이 영변이나 평양에 들어가 있었을 것"이라며 "그것이 가져왔을 정치적 파급은 굉장히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변을 폐기할 수 있었다면 플루토늄뿐 아니라 3중 수소도 폐기할 수 있었고 북한 핵프로그램의 아주 핵심적인 프로젝트를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하노이까지 70여시간을 기차 타고 갈 때는 단단히 각오를 하고 간 것인데 좋은 기회를 그때는 이루지 못했지만 김 위원장이 앞으로 우리 정상과 약속한 것은 지킬 것이라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가 평가할 때는 북한은 아직 공개된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해 대화를 다시 살려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 후보자는 또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경우 '단계적 접근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 조 바이든 미국 신(新) 행정부와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비핵화 최종 단계·모습에 대해 (북·미가) 합의를 하고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1~2개의 중간단계를 거치는 단계적 접근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그런 부분은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정 후보자는 또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북·미 실무협상이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 "탑다운(하향식), 바텀업(상향식) 접근 방식은 그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 두 개가 반드시 분리돼 해야 한다는 법도 없고 조화롭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또 지난해 9월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가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남북군사합의 및 합의 정신 위배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남북군사) 합의 제1조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금한다고 돼 있고 평화적 방법으로 협의 해결하고 어떤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돼 있다'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지적에 "군사분야합의서는 해상과 공중, 지상에서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기본 목적으로 우리 서해상의 피격 사망 사건은 유감스럽지만, 군사합의 적용 사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정 후보자는 "물론 우리 정부는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북측에 자료 요청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야당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정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일하고 이후 외교안보통일특별보좌관까지 역임한 것과 관련해 '외교정책의 코드화', '코드외교'라고 비판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코드외교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며 "대통령의 외교정책 철학은 우리 외교정책에 반영이 돼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을 측근에서 모시면서 가능한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한 것은 당연한 책무였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또 문재인 정부 외교정책이 실패했다는 야당 지적에 대해서도 "자질에 대한 따끔한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으나, 정부의 외교정책이 실패한 것이라는 단정적 말씀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국내 정치일정과 관련해서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굉장히 받아들일 수 없다. 대통령의 국익을 위한 외교 노력을 아주 부당하게 폄훼하는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