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경제 회복이 되레 ‘독’... 中 수출업체들 비명

2021-01-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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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 늘며 컨테이너 부족 대란... 운송비 급증

올해도 위안화 초강세 전망... 수출 경쟁력 하락

수출기업 투자 줄이면 中 경제회복 둔화 우려도

[사진=아주경제]

#. 중국 정원가구 제조 및 수출업체 비타레저(VITA LEISURE)는 최근 수출 주문이 70% 이상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여파로 개인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전 세계적으로 그네, 텐트, 야외의자, 벤치 등의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비타레저 측은 늘어난 주문이 달갑지 않다. 제품을 아무리 팔아도 손해보는 장사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충격을 딛고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됨에 따라 수출업체들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지만, 업체들은 되레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회복에 따른 △위안화 강세 지속 △운송비, 인건비 상승 △노동력 부족 등으로 주문이 늘수록 손해를 본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수출·제조업체들의 위기가 중국 경기 회복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 같은 리스크에도 정부가 위안화 강세를 용인하고 있는 데에는 그만큼의 이득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운송비·노동비 급증하는데 위안화 강세까지... 中 수출업체 피눈물

“우린 코로나19로 인한 수혜자가 아니라 피해자다.”

저장성 린하이시에 위치한 비타레저의 펑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중국이 코로나19 타격을 극복하고 경제 회복을 이루면서 제조업체들이 오히려 많은 문제를 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생산량이 크게 증가해 일부 지역의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며 “이에 따라 공장들은 자체 발전기를 구매할 수밖에 없게 됐고, 컨테이너 부족 등 운송비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중국의 컨테이너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전 세계 운송 비용이 급등했다. 중국 경기 회복에 속도가 붙으면서 미국·유럽으로의 수출이 늘었고, 그 결과 컨테이너가 서양에 머무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컨테이너 생산이 중단되면서 부족 현상은 심화했다. 컨테이너가 없어 발이 묶인 중국 수출업체들이 웃돈을 주고서라도 컨테이너를 사들였고, 자연스럽게 운송비가 급등했다. CNBC에 따르면 중국에서 미국과 유럽으로 가는 운임은 지난해 3월에 비해 300%나 올랐다.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중국의 농민공(이주 노동자) 인구는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 이후 약 500만명 감소했다. 일부 농민공들이 코로나19 이후 일터로 복귀를 꺼리면서다. 펑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공장들은 모두 숙련공을 모시기 위해 바쁘다”며 “알루미늄 용접공 몸값은 코로나19 이전의 세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위안화 가치, 지난해 6월 대비 10% 이상 급등 

무엇보다 중국 수출업체들의 목을 가장 옥죄고 있는 건 위안화 환율이다. 펑 대표는 “진짜 살인자는 통화”라며 “중국의 경제 회복은 기쁜 일이지만, 위안화 강세는 수출업자에겐 재앙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안화는 지난해부터 강세 행보를 이어가다 올 들어서 6.4위안대까지 떨어졌다. ‘6.4위안시대’가 2년반 만에 열린 것이다. 환율이 내렸다는 건 그만큼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6월에 비해 10%나 급등했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자 수출 경쟁력은 당연히 하락했다. 대다수 수출업체들은 제품에 대한 비용을 달러로 지급 받는데, 이를 다시 위안화로 환전해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하며, 운영 비용 역시 위안화로 소비한다. 이에 따라 100만개에 달하는 중국 수출업체들의 최근 석달간 이익은 쥐꼬리만큼에 불과하다고 펑 대표는 설명했다.

실제 영국계 투자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연구를 통해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전년 대비 6.5% 이상 상승하면 산업 이익 증가세는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문제는 위안화 강세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연말 위안화 환율을 6.3위안 선으로 제시했으며 BNP파리바는 6위안 초반까지 내다봤다. 외환시장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경우 달러당 5위안대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다소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2021년에는 위안화 가치가 10% 정도 더 올라가, 환율이 달러당 5위안대까지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점친 바 있다.

◆수출·제조업체들 지갑 닫아... 中 경제 회복 둔화 우려도 

이처럼 어려움이 계속되자 수출·제조업체들의 지갑도 굳게 닫혔다. 지난해 수출·제조업체들의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이는 중국 경제 성장 회복세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은 최근 부동산 시장의 자산 거품 우려 등으로 투자 억제에 나섰는데, 이럴 때일수록 제조업체들의 많은 지출이 경제 성장에 보탬이 된다. 그런데 이들이 돈 쓰기를 주저하면 경제 회복이 더뎌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수출업체나 중소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감세 등 지원책도 곧 중단된다. 중국은 지난해 증치세(부가가치세)율을 3%포인트 내리는 적극적인 감세 조치로 총 2조 위안(1~3분기)에 달하는 세금 감면을 달성했다. 코로나19 피해를 보고 있는 제조업체가 생산 활동에 투입하는 정보기술(IT), 물류, 통신 등의 서비스 비용 일부를 증치세에서 추가로 감면해 줬으며, 수출 기업들의 법적 분쟁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눈에 띄는 경기 회복세로 이 같은 혜택이 빠른 시일 내에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中 정부, 위안화 강세로 인플레이션 압력 낮출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고 있는 것은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이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내부적으로 위안화 절상을 통해 정부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 중심의 새로운 경제 재편안인 ‘쌍순환 전략’의 안정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소비 상승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이 점에서 위안화 강세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 수출·제조업체들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남미와 동남아, 중동 등에 욕실 캐비닛을 수출하는 중국 디청테크놀로지의 관계자는 “중국을 제외한 많은 나라들이 여전히 코로나19의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는 중국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HSBC홀딩스의 취훙빈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올해 중국 수출은 지난해보다 7.9% 급증할 것”이라며 “글로벌 수요의 회복은 위안화 강세의 영향을 넘어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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