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혁신의 아이콘 애플, 자율주행 전기차시장 진출의 의미는

2021-01-1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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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교수]



지난해 9월 22일 “테슬라가 2023년 안에 완전자율 전기차를 판매할 것이다”라고 발표함에 따라,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끌었으며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들과의 경쟁을 본격적으로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12월 21일 “애플이 2024년까지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는 기사가 로이터 통신에 보도되어 전 세계를 흥분시켰다. 12월 23일에는 LG전자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캐나다의 마그나사와 전기차 핵심부품을 제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금년 1월 8일 “애플이 현대차에 협업을 제안했다”는 기사들이 쏫아져 나오기 시작했으며, 세계적으로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4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와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동안 ‘애플이 조만간 애플카라는 자율주행 전기차를 선보일 것이다’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지속 되어 왔지만, 애플측이 보안을 철저하게 지켜 왔기 때문에 이번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테슬라는 9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시총 합계액보다 많은 6065억 달러의 시총을 기록하였다. 이는 현재까지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을 견인해왔던 절대강자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GM, 현대차, 폭스바겐 등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들도 전기차 생산 전용 플랫폼을 통해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기 때문에, 테슬라와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글로벌 IT 기업인 애플까지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 참여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는 신호탄으로 비추어져 미래 자동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 애플이 진출하는 것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그동안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튠즈,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을 바꾸어 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산업에서도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술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혁신을 가져오길 기대하고 있다.

애플 매니아들은 현재 애플 최고경영자 (CEO)인 팀 쿡이 또 다른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애플은 폐쇄적인 생태계 속에서 열렬한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애플 매니아들이 폐쇄적인 생태계 속에서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애플워치, 애플TV, 아이튠즈 등을 즐겨왔기 때문에, 애플카가 출시될 경우 애플은 기존 매니아 층을 바로 소비자로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처럼 자율주행 전기차에서도 핵심기술인 운영체계(OS)를 독자적으로 확보할 것이다.

스마트폰 운영체제에서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아이오에스(iOS) 간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처럼, 향후 자율주행 전기차 산업에서도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회사,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 간에 차량용 운영체계 표준화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전기차를 생각할 때, ‘마치 스마트폰에 바퀴를 달아 놓고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전기차 산업은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과 비교할 때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이 특징이다. 스타트업, 글로벌 IT회사, 반도체기업, 부품업체 등도 마음만 먹으면 전기차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이미 스타트업들이 3D 프린터로 전기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전기차와 관련된 특허를 오픈소스한 바 있다.

지금 세계는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를 누가 주도해 나갈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 산업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들은 물론, 전기차 업체, 스타트업, 반도체 업체, 부품업체, 글로벌 IT업체, 승차공유 업체 등도 자체 기술개발,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 등을 통해 자율주행 전기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왔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새로운 변혁기를 만나게 되었다. 다가올 자율주행 전기차 산업은 마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 생산을 위해 대만의 폭스콘과 위탁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듯이 자율주행 전기차에서도 유사한 전략적 제휴들이 추진될 것이다. 미래의 자율주행 전기차 산업에서는 특정 업체가 제조, 핵심부품, 배터리, 자율주행기술, 운영체제 등의 기술력을 모두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보다는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할 것이다. 기존에 있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질서가 무너지고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서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 때까지 경쟁사들 간의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질 것이다.

최근 애플은 현대차 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게도 제휴를 요청했다고 한다. ‘애플식 전략적 제휴’ 란 애플이 폭스콘에게 아이폰 위탁생산을 맡겼던 방식이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 왔던 글로벌 완성차 리더들에게는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내연기관 주요 업체들이 애플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폭스콘과 같은 위탁생산업체로 전락할 수 있으며 그동안 쌓아왔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내연기관 업체들은 애플과의 협력 문제를 놓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득실을 신중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자율주행 전기차에서는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는 대신, 차량 내부에서 게임, 음악, 영화, 회의, 건강진단 등 다양한 내용의 소프트웨어를 경험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자율주행 전기차 산업에서 부가가치는 주로 소프트웨어에서 발생된다. 전기차 조립생산은 내연기관 차량보다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이 되지는 못한다. 차량용 운영체제(OS) 확보와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관건이다. 애플은 자신의 핵심 경쟁력을 스마트폰에 이어 자율주행 전기차에서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홍보 마케팅을 잘 활용하였다. 이번에도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세상에 알리고 애플의 존재가치를 홍보하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한 셈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스마트폰 산업에서 글로벌 기업들 간의 치열한 격전이 미래 핵심산업인 자율주행 전기차 산업으로 옮겨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사활을 걸고 일전을 치룰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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