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공식화하면서, 한국군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재부상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잠수함 공식화는 작전 반경을 태평양으로 넓히겠다는 의도로 NLL(Northern Limit Line, 북방한계선)의 무력화나 다름 없다는 점에서 NLL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7일 진행된 김정은의 노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 보도에서 "핵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하는 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보유할 데 대한 과업이 상정됐다"면서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연구가 끝나 최종심사단계에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한국군의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기술 수준과 국방 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추진돼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핵잠수함 건조 밝힌 북한, NLL 불법 규정
1953년 마크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이 정전협정에서 해상경계선 합의에 실패한 뒤 임의로 설정한 것이 현재의 NLL이다.
북한이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이유는 잠항 시간이 무제한인 점을 활용해 북한 영해 수호가 아닌 태평양으로 진출, 언제든 우리와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뜻이다. 바다 밑 일정 장소에 장시간 머물고 있다가 목표를 타격하는 이른바 '전략 핵잠수함'인 셈이다.
문제는 NLL이다. 북한은 NLL을 '불법, 무법의 선'이라고 규정한다. 실제로 1999년 9월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했고 2000년 3월에는 '서해 5개 섬 통항 질서'를 선언했다.
반면 한국은 서해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 등 5개 도서와 북측 지역의 중간선을 이은 NLL을 해상경계선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국제법상 영토로 인정받는 경계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7월 북한 경비정이 NLL 이남 5㎞ 지역까지 들어왔을 당시, 이양호 당시 국방장관은 "NLL은 우리가 어선의 월북을 막기 위해 임의로 설정한 한계선으로 북한에서 이를 넘어와도 정전협정과는 무관하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은 이전에도 NLL을 무시해 왔으나, 소음이 심하고 잠항 기간이 짧은 디젤 잠수함의 한계로 작전 구역이 넓지 못했다. 하지만 핵잠수함은 이같은 한계를 극복한 만큼 공식적으로 NLL을 무시하며 작전을 펼칠 공산이 크다. 반면 한국은 대북 핵억지력 차원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해도 NLL을 무시하고 작전을 마음대로 펼칠 수 없다. 다시 말해 북한 잠수함을 계속해서 추적하는 '전술 핵잠수함'에 머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연료 확보도 어려운 현실
핵잠수함을 만들려면 핵연료(농축우라늄) 확보가 필수다. 하지만 2015년 체결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안은 미국산 우라늄에 한해 20%까지 농축할 수 있으나 군사적 사용은 불가능하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해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 공급을 타진했지만 미국이 거부하면서 빈손으로 돌아왔다.
군사 전용을 금지한 원자력협정의 개정이 선결 과제다. 한국은 잠수함에 탑재할 소형 원자로를 만들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우라늄 농축도 20% 정도의 연료가 없으면 원자로 실험부터가 어렵다. 또한 핵잠수함의 운용과 관리를 배워야 하는데 미국의 협조 없이는 건조 자체를 생각할 수 없다.
한편, 핵잠수함 개발은 노무현정부 당시 비밀리에 추진됐다가 무산되면서 이후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전인 2017년 4월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핵잠수함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밝히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