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지난 8일 업계의 우려에도 국회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킨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그간 건설업계를 비롯해 전 산업계가 법 제정에 대한 우려와 읍소, 입법 중단을 간곡히 호소했음에도 국회가 법을 통과시켜 매우 유감이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법은 산재나 사고로 사망자가 나오면 안전조치를 미흡하게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중대 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이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건단련은 "이번 법안은 기업과 기업인을 처벌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모두 과실에 의한 것임에도 이런 형벌을 가하도록 무리수를 뒀다"며 "건설업체마다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의 국내외 현장을 관리해야 하는데 최고경영자(CEO)가 개별 현장의 안전을 일일이 챙기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중대재해에 기업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면 불안해서 기업 운영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기업의 운명을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건단련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중대재해 발생 원인을 다양한 분야에서 찾고 있으며, 제재보다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독일은 연간 근로자당 최대 500유로까지 안전 비용에 대한 세금혜택을 부여하고 있고, 프랑스는 안전 증진 기술개발투자에 대한 세금혜택을 부여한다. 이탈리아는 산재보험료 결정 시 재해율 외에 재해예방 대책 도입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건단련은 "우리 건설업체들도 자율적인 투자로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며 "산업안전 정책의 방향을 사후처벌에서 사전예방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상수 건단련 회장은 "영국의 경우 기업과실치사법 제정에 13년이나 걸렸다"며 "우리도 충분한 논의를 통해 과잉처벌 등 문제를 해소한 뒤 법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