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IT업계 총결산] ① 코로나가 부추긴 이통3사의 탈통신 바람

2020-12-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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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조직개편..."AI가 모든 사업의 기반 플랫폼"

KT AI원팀·B2B 전문 브랜드 출시 "텔코에서 디지코로"

LG유플러스 미디어 콘텐츠 강세..."향후 B2B 시장 공략할 것"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사진=각 사 제공]


올해들어 이동통신 3사의 탈통신 행보가 한층 빨라졌다. 유·무선 통신 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던 방식에서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를 내세운 '빅테크(Big Tech)' 회사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서비스가 사회 전반에 확산하자, 이를 기회 삼아 이통3사들도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핵심기술을 담당하는 조직을 AI 중심으로 재편,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AI 핵심 조직이었던 AI서비스단은 'AI&CO'로 조직명을 변경하고 고객의 편리한 생활을 돕는 'AI Agent'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T3K는 △딥러닝 기반 대화형 AI 한국어 GPT-3 △AI 가속기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에지컴퓨팅(MEC) 클라우드 개발에 집중하는 4대 프로덕트 컴퍼니로 재편했다. T3K는 SK텔레콤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AI 반도체 사피온(SAPEON)을 고도화하는 역할도 맡는다.

또한, SK텔레콤은 향후 빅테크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구조 기반도 마련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박정호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 승진해 SK하이닉스 경영까지 맡게 되면서다. SK텔레콤을 통신사업 자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회사가 SK하이닉스와 SK브로드밴드, 11번가 등 ICT 계열사를 아우르는 구조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는 규제 제약을 벗고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을 할 수 있게 되며, SK텔레콤은 SK그룹의 ICT 전문 투자회사가 되는 동시에 SK하이닉스와 AI 반도체 부문 사업 시너지를 노릴 수 있게 된다.

이미 SK텔레콤은 미디어와 보안, 커머스 등 ICT 부문 자회사를 통한 '탈(脫)통신'을 지향해왔다. SK텔레콤은 T맵 플랫폼과 T맵 택시 사업 등을 담당하는 모빌리티 사업단을 분할한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를 오는 29일 공식 출범한다. 또한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인 우버와 함께 합작회사를 만들고 택시호출 등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아마존과 손잡고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아마존은 11번가의 기업공개 등 사업성과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최대 30%까지 지분을 확보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초 11번가와 아마존이 함께 운영하는 글로벌 쇼핑 서비스가 출시된다. 이외에도 앱 마켓을 운영하는 원스토어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박정호 사장은 "핵심 사업과 프로덕트를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으며, AI가 모든 사업의 기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이 3년 동안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X220. 사[진=SK텔레콤 제공]


KT도 통신이 아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ABC 부문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KT의 탈통신 행보는 이미 올해 2월부터 본격화했다. 현대중공업그룹,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LG전자 등과 함께 지난 2월 구성한 AI 원팀(One Team)은 국내 AI 생태계를 강화하고 AI를 통해 한국 산업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후 동원그룹과 한국투자증권 등이 추가 참여해 AI 생태계 형성에 힘을 보탰다.

올해 두드러진 KT의 또 다른 탈통신 행보는 B2B 사업 강화다. KT는 지난 10월 KT엔터프라이즈라는 B2B 브랜드를 출범, 본격적으로 B2B DX 시장발굴 및 확산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과 물류, 사무환경, 헬스, 제조, 데이터센터, SOC(사회간접자본) 등에서 DX(디지털전환) 성공모델을 발굴한 뒤, DX를 지역과 중소기업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KT의 조직개편에는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중심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로의 도약 의지가 엿보인다. KT는 KT 엔터프라이즈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기업부문을 엔터프라이즈부문으로 재편했다. 또한 KT는 AI/DX융합사업부문 산하에 'KT랩스'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KT랩스는 KT가 통신을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개척자 역할을 맡게 된다.

구현모 대표는 지난 10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KT는 앞으로 통신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며 "이미 KT의 매출 40%가 미디어와 AI, 클라우드 등 신사업에서 나오고 있으며 이들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모델들이 신세계조선호텔에 도입될 KT의 AI 호텔로봇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LG유플러스는 비통신 부문 중에서도 미디어 콘텐츠에서 강세를 보인다. 아이들나라와 초등나라, 넷플릭스와의 제휴 등 콘텐츠를 강화하면서다. 이외에도 아이돌Live, 프로야구,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역시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는 IPTV 3개사와 케이블TV 14개사, 위성방송 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송서비스 품질평가에서 이용자 만족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향후 탈통신을 위한 체질개선에도 박차를 가한다. LG유플러스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신규사업추진부문을 신설했다. 신규사업추진부문은 스마트헬스와 보안, 교육, 광고, 데이터 사업 등을 전담하게 된다. 여러 사업 부서에 흩어져있던 신사업 분야를 독립시켜 전문성은 강화하면서도 새로운 성장기회를 찾겠다는 의지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미디어의 한국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미디어 콘텐츠 사업그룹도 신설했다.

LG유플러스가 집중하는 비통신 부문 사업 중 하나는 모빌리티다. LG유플러스는 최근 5G 기반 자율주행 주차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동차가 스스로 인근 주차장을 찾아가 빈 자리에 주차하는 일종의 '자율 발렛파킹(대리주차)' 서비스다.

이외에 LG유플러스는 B2B 시장에서 △스마트팩토리 △SOC △스마트시티 등 부문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혁주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책 사업을 통해 전문 영역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수익화를 계획 중"이라며 "B2B 신사업 매출은 내년에는 올해 대비 2배 이상의 규모로, 2022년에는 5배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모델이 서울시 상암 5G 자율주행 시범지구에서 한양대, 컨트롤웍스와 공동개발한 자율주행 주차기술을 선보이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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