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흡수 기능과 함께 산사태 방지, 산림 경관과 산림 휴양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 숲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이 누리는 혜택은 숲 조성 비용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 지구온난화, 잦은 태풍과 집중호우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도 숲 가꾸기 효과와 그로 인한 혜택은 앞으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산림청이 ‘나무 심기’에서 ‘숲 가꾸기’로 산림의 패러다임을 바꾼 이유기도 하다.
과거 정부는 국민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나무심기 캠페인을 벌였다. 황폐했던 벌거숭이 산을 푸른 숲으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무작정 빨리 자랄 수 있는 나무만 심는 속성식 정책으로 임목이 주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후 산림청은 산림의 공익·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지난 1998년부터 정책 방향을 ‘나무 심기’에서 ‘숲 가꾸기’로 바꿨다.
숲 가꾸기는 단지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어린 나무를 키워 가지치기, 솎아베기 작업을 통해 천연림, 인공조림지 등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벌채를 통해 경제성 높은 나무로 바꾸는 경제림 전환도 숲 가꾸기 정책 중 하나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998년부터 현재까지 410만ha의 숲을 가꿨다. 지속적인 숲 가꾸기로 ha당 임목 축적이 1998년 이전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통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과 세계 주요 20개국(G20)을 대상으로 산림경영 성과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최근 25년간(1990∼2015년) 임목 축적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적 가치도 숲 가꾸기 정책 이전인 1987년 17조7000억원에서 2018년 221조2000억원으로 12배 넘게 증가했다. 국민 한 사람 당 연간 428만원의 혜택을 누렸다.
구체적으로 ‘온실가스 흡수·저장’ 75조6000억원(34.2%), 산림경관 28조4000억원(12.8%), 토사유출방지 23조5000억원(10.6%), 산림휴양 18조4000억원(8.3%), 수원 함양 18조3000억원(8.3%) 등의 효과를 얻은 것으로 추산됐다.
숲 가꾸기 정책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숲 가꾸기로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 회복을 도왔다. 현재는 연간 1만1000명의 임업 기능인과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산불예방과 산사태 방지, 숲이 머금고 있는 수자원을 통한 가뭄 해결, 맑은 물과 아름다운 경관 등 숲이 주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으로 국민 삶의 질도 개선됐다는 평가다.
숲 가꾸기 사업은 무엇보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산림청은 지난 1977년 육림의 날을 지정한 이후 1995년부터 숲 가꾸기에 적기인 가을철 11월 한 달을 국민 참여 숲 가꾸기 기간으로 정해 운영 중이다.
올해도 11월 숲 가꾸기 기간 동안 진행된 체험행사에 전국 153개 기관, 4000여명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어린 나무를 심고, 나무가 크게 자랄 수 있도록 나이와 상태에 따라 풀베기, 덩굴제거, 솎아베기 등의 작업을 함께 했다.
리기다소나무 등 과거 산림녹화를 위해 심었던 나무는 벌채를 하고, 낙엽송 등 경제성 높은 수종으로 바꿀 계획이다. 산림자원 관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디지털 산림경영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림청은 매년 전체 예산의 10%가 넘는 2200억원가량을 숲 가꾸기 관련 사업에 써 왔다.
내년도 예산 2조5282억원 중 산불 피해 저감을 위해 8000㏊의 산불 예방 숲 가꾸기 사업과 350㏊ 내화 수림대 조성에 필요한 예산을 새로 편성했다. 탄소흡수 기능을 위한 15만7000㏊ 숲 가꾸기 사업도 계속 추진하고, 미세먼지 차단 숲 조성도 기존 93㏊에서 155.8㏊로 확대했다.
산불·산사태·병해충 등 산림재해 발생 시 긴급 복구 등에도 기존 예산 300억원에서 내년 18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숲은 나무를 심는 것 이상으로 건강하게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탄소중립의 주요 수단인 산림을 잘 가꿔 산림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경제림 조성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