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명명된 미키 라이트 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김아림(25)이 데뷔전에서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 달러·약 60억875만원) 트로피와 함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사상 다섯 번째 데뷔전 우승이자, 한국 선수가 들어 올린 11번째 트로피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20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제75회 US여자오픈 순연된 마지막 날 최종 4라운드가 14일(한국시간)에서 15일로 넘어가는 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챔피언스 골프 클럽 사이프러스 크리크 코스(파71·6731야드)에서 재개됐다.
전날 밤 공동 9위였던 김아림은 김세영(27)과 한 조로 아웃코스에서 출발했다. 5번홀(파5)과 6번홀(파3) 두 홀 연속 버디에 이어 8번홀(파3) 버디를 더했다. 예술적인 퍼트감을 선보였다.
3타를 줄인 채 인코스로 접어든 그는 10번홀과 11번홀(이상 파4) 두 홀 연속 보기를 범했다. 아쉬움이 진했다. 15번홀(파4)까지 파 행진을 이어가던 그는 16번홀(파3)과 17번홀(파4) 두 홀 연속 버디를 적었다. 막판 스퍼트였다.
마지막 홀인 18번홀(파4) 두 번째 샷이 깃대에 붙었다.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던 김아림이 그린으로 걸어가며 마스크를 내렸다. 현지 중계진은 그의 우승을 예측하듯 오랜 시간 얼굴을 비추었다. 부드러운 퍼트와 함께 버디. 김아림은 공을 집으러 가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최종 합계 3언더파 281타를 제출한 김아림은 에이미 올슨(미국)의 잔여 홀을 지켜봤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김아림은 "마지막 3홀 티잉 그라운드가 당겨져 있었다.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버디 3개를 기록했다"며 "아직 경기가 진행 중이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기다리면서 캐디백에 휴대전화를 빠뜨리기도 했다.
올슨은 16번홀에서 보기를 범했다. 결국, 김아림이 US여자오픈을 제패했다. 생애 첫 출전에 트로피를 품에 안고,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대회에서 첫 출전에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선수는 초대 챔피언인 패티 버그(1946년), 캐시 코닐리어스(이상 미국·1956년), 김주연(39·2005년), 전인지(26·2015년)에 이어 다섯 번째다.
한국 선수로는 11번째 우승이다. 1998년 국내 정세가 어지럽던 시절 '맨발 투혼'으로 국민들에게 힘을 주었던 박세리(43)를 시작으로 김주연, 2008·2013년 박인비(32), 지은희(34·2009년), 유소연(30·2011년), 최나연(33·2013년), 전인지, 박성현(27·2017년), 이정은6(24·2019년)가 10승을 쌓았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를 포함한 세계 정세가 어지러운 상황이다. 이번에는 마스크를 쓴 김아림이 마스크를 쓴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었다. 22년 전에 이어 또다시 저 멀리 미국 땅에서 말이다.
한편, 세계여자골프랭킹(롤렉스랭킹) 1위 고진영(25)은 2언더파 282타로 2위에 올랐다. 박인비와 타이틀 방어에 나섰던 이정은6는 2오버파 286타로 톱10에 안착하며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