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각 분야가 힘든 2020년을 보내고 있다. 문화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연·전시 등의 연기와 취소가 반복되면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문화계는 텅 빈 객석만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비록 무대 위에 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연습실에서 굵은 땀을 흘리며 내일을 준비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도 이뤄졌다. 온라인 공연 등 디지털화가 속도를 냈고, 예술인 고용보험 등 사회 안전망도 마련됐다. 무대는 계속되어야 하기에(The show must go on).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11월까지 공연 전체 매출은 1054억8917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올린 1716억7793만원의 61.4% 수준에 그쳤다.
마지막달 성적표는 더욱 좋지 않다. 12월은 공연 성수기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거의 모든 공연이 취소 되고 있다. 12월 1일부터 13일까지 전체 매출액은 26억6000만원에 불과하다. 2019년에는 12월 한 달간 총매출 568억1442만원을 기록했다.
줄도산의 위기 속에 공연계는 ‘함께 버티기’에 나섰다. 세종문화회관(사장 김성규)은 지난 1일 “향후 3개월 이내 공연장 공실이 발생할 경우 실시간으로 대관 가능일을 공고하고 신속하게 접수·심사하는 ‘긴급공실 수시대관’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200건 이상의 공연이 취소 또는 연기되면서 공연장이 비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동시에 취소된 공연의 대체 일정 및 공간, 무관중 공연을 위한 대관 등 긴급히 공연장을 찾는 대관사의 문의도 계속됐다.
대책으로 나온 것이 ‘긴급공실 수시대관’이다. 세종문화회관의 대관 규정에 따라 대관 심사 절차를 비교적 간소하게 진행할 수 있는 ‘사용예정일까지 잔여기간이 3개월 미만인 공실’에 한해, 공실이 발생할 경우 대관 가능 일정을 수시 공고할 계획이다.
◆ 공연·예술 디지털화, 가보지 않은 새길...실감콘텐츠 주목
“코로나19 백신·치료제가 나오더라도, 사람들이 이전처럼 공연장을 찾을지는 알 수가 없네요.”
한 베테랑 연출가의 말처럼,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아무도 확신할 수가 없다.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대면 시대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디지털 콘텐츠다. 2017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디지털 콘텐츠 시장 규모는 386억 달러로, 미국·중국·일본·영국에 이어 세계 5번째 규모다. 상위 5개국의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예상 증가율을 봤을 때도 한국은 8.4%로 중국(9.4%)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정부도 디지털화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일 확정된 2021년 문체부 예산을 보면 인공지능·5G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실감·융복합 콘텐츠를 육성하는 디지털 뉴딜 분야에 2536억원이 책정됐다.
언어 말뭉치 거대자료 구축(50억원), 예술의 전당 실감형 전시콘텐츠 제작(25억3000만원), 예술과 기술융합지원(47억5000만원), 공립박물관·미술관 실감콘텐츠(100억원) 사업 등이 추진된다.
뮤지컬, 국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온라인 공연이 열리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온라인 공연은 아직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유료화의 벽을 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기술과 예술의 만남은 새로운 상상력을 깨우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이하 콘진원)은 지난 7일 문화·관광 콘텐츠와 5G 실감기술을 결합한 총 8종의 실감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광화시대’ 프로젝트 개막을 알렸다.
발표자로 나선 김영준 콘진원 원장은 “5G를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인공지능(AI)·홀로그램 등 최신 기술이 우리에게 실감콘텐츠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다. 광화문에서 콘텐츠 산업의 르네상스가 시작될 것이다. ‘광화시대’를 기대해 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베일을 벗은 8가지 실감형 콘텐츠는 새로운 기술과 예술의 만남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광화풍류’를 통해 세종문화회관의 거대한 외벽은 새로운 무대로 다시 태어났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5G 실감형 공공조형물인 ‘광화수’라는 나무는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오는 3월부터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 문화계의 오랜 숙원...닻 올린 예술인 고용보험제도
코로나19는 위기가 왔을 때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문체부는 지난 10일부터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수입이 불규칙하고 실업상태가 반복됐던 예술인들이 실업급여와 출산전후급여 등을 수급할 수 있도록 해 예술인으로서의 안정적인 삶을 지원하고 예술 창작활동의 기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고용보험법’ 및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5월 20일 국회통과를 통과해 6월 9일에 공표됐고, 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지난 12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예술인 고용보험을 통해 예술인들은 실업급여와 출산전후급여 등을 받게 된다.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회장 이범헌·이하 한국예총)와 사단법인 한국민족에술단체총연합회(이사장 이청산·이하 한국민예총)은 예술인 고용보험제도에 대해 적극 환영하며, ‘예술과 예술가의 공공성’을 중심으로 예술진흥정책 제도화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밖에도 문체부 2021년 예산에는 코로나19 피해 업계 지원 사업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문체부는 (문화예술) 예술인 창작안전망 구축(586억원), 예술인생활안정자금(240억원), (콘텐츠) 위풍당당콘텐츠코리아펀드 출자(1148억원), 영화제작지원 투자와 출자(350억 원), 독립예술영화 제작 지원(80억원), (관광) 관광산업 융자지원(5990억원), 관광사업 창업지원 및 벤처 육성(745억원) 등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