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은행들이 유례없는 강도로 신용대출을 조이고 있다. 일부 은행은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4일부터 연말까지 1억원이 넘는 가계 신용대출을 원칙적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 고객이 새로 신청하거나 증액을 요청한 신용대출(집단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포함)이 기존 신용대출과 더해 1억원을 초과하면 대출 승인을 내지 않겠다는 의미다.
신한은행도 14일부터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낮춘다. 기존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는 2억5000만∼3억원이었다. 신한은행은 또 다음 주 중 일반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제한 방침도 내놓을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조만간 전문직 대출한도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1일 비대면 신용대출 대표 상품인 '우리 WON(원)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국민은행은 9일부터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담대, 전세대출 모집을 연말까지 금지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강하게 조이고 있는 것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고 있는 탓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0월 말 657조5520억원에서 11월 말 666조9716억원으로, 11월 한달에만 9조4196억원 급증했다. 10월 증가액(7조6611억원)보다 약 2조원 많은 규모다.
특히 신용대출은 금융당국이 지난달 13일 연봉 8000만원 초과 고소득자의 1억원 넘는 신용대출 등에 대한 규제를 예고하자 '막차' 수요가 몰리며 4조8494억원 증가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에 가계대출 속도 조절을 거듭 주문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모아 '가계 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 측은 지난달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한 점을 지적하며 "11월 가계대출 관리가 잘되지 않은 것 같다"며 "당초(9월) 제출한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다만 이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는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의 지난 10일 현재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5689억원으로, 지난달 말(133조6925억원)보다 1235억원 줄었다. 주담대 잔액도 같은 기간 470조4238억원에서 469조9292억원으로 4946억원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