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경제전망이 나오고 있다. OECD 2.8%, KDI 3.1% 등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3% 내외의 성장률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20년의 경제성장률이 코로나로 인한 우리 경제의 후퇴 정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은 –1.1% 내외로 예상되기 때문에, 반등의 정도도 오히려 낮게 잡고 있는 듯하다. 이 정도의 경제 정상화도 코로나19를 내년에는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개발시대이후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것은 제2차 석유파동에 따른 1980년의 –1.7%, IMF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1998년 –5.5% 이후 세 번째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 충격의 크기를 감안하면 2020년은 비교적 잘 버틴 것으로 평가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만만치 않다. KDI에 의하면, 2020년 수출은 금액기준으로 –9.2%, 민간소비는 –4.3%로 심각성을 보였지만, 기업이 우격다짐으로 설비투자를 6.0% 확대하고, 막대한 확장적 정부예산 투입으로 근근히 버틴 것이다. 따라서 온통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2021년도 장담만 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관련기사
정부는 최근 11월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하여 수출 기적이라 하지만, 2019년 11월의 수출액이 2018년 대비 –14.5%로 극히 저조했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기 때문에 완전히 회복되었다 볼 수 없다. 실제로 올해 1∼11월의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간 대비 –7.1%를 보이고 있다. 물론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수출은 문재인 정부들어 계속 하락추세라는 점이다. 2017년 수출증가율은 15.8% 였지만, 2018년에는 5.4%로, 2019년에는 –10.4%로 추락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이끄는 기관차라고 할 수 있는 수출이 급전직하에 있는 것은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같은 특별한 경제충격이 있는 시기에는 정부의 총수요 진작으로 일시적으로 성장률 둔화를 막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경제가 정상화되는 시기에는 수출 경쟁력을 복원하는 총체적인 국가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작금에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을 보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낮추는 방향의 입법안들이 분노의 질주를 하고 있다. 공정경제3법으로 불리는 경제 규제 법안이 상당수의 우리 기업을 해외 헷지 펀드의 먹이감으로 만들 가능성이 농후함에도 불구하고 브레이크 장치없이 국회에서 돌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내년부터는 50인 이상 사업장에도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법령이 확대 적용된다. 게다가 노사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설익은 노동 관련 법령도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막겠다고 100조 원 내외의 국가부채 증가를 감수하고 558조원이나 되는 슈퍼 적자예산을 편성한 정부가 이런저런 규제법령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폐쇄경제를 지향하는 국가들 이외에 현재와 같이 엄중한 시기에 규제법령을 쏟아내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 원화 환율이 빠른 평가절상으로 수출 전선에서는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달러당 1100원대가 무너졌다. 자동차 등 가격경쟁력의 경계상에 있었던 상품 수출이 올해 양호했던 것은 우리 환율이 1200원대를 유지했던 것도 일조했다. 여기에 우려되는 것은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석유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내년 상반기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석유수요도 다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이란 등 중동지역에 전운이 감도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몇 년 우리 기업이 회계상으로 당기 순이익이 유지되고 국가적으로 경상수지 흑자폭이 크게 감소되지 않았던 근저에는 석유 가격의 안정이 있었다. 2021년의 안정된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적정한 환율관리와 함께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변동에 대비가 시급하다.
신축년 2021년은 간지 상으로 소띠 해이다. 소가 보여주는 우직함·순수함·근면함을 본 받아 우리 경제가 다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