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탄소배출권 거래제 3기 시행을 앞두고 철강업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중 탄소배출 부채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된 현대제철을 놓고 업계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미 1000억원이 넘는 탄소배출 부채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내년부터 더욱 규제가 강화될 경우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될 수 있는 탓이다.
1일 본지가 탄소배출권 및 배출부채 사항을 공개한 중후장대 대기업 14곳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현대제철의 탄소배출 부채가 1143억원을 기록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2기인 2018년과 지난해 탄소배출량이 2250만t을 넘어 약 15.38% 늘었다. 2018년과 지난해 매출액(연결 기준) 20조원의 벽을 뛰어넘는 등 영업에 매진한 결과다.
문제는 내년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거래제 3기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점이다. 아직 무상으로 탄소를 얼마나 배출할 수 있을지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제도 취지를 감안하면 2기보다 더욱 허들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현대제철에서는 탄소배출권이 생산의 부산물을 넘어 주요 재무 리스크로 부각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제철도 이를 감안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내년부터 5년 동안 49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탄소배출량을 절감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코크스 건식소화설비(CDQ) 설치를 통해 코크스 냉각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 증기 및 전력으로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선다. 현대제철은 이를 통해 연간 약 50만t 이상의 온실가스가 감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탄소배출 부채 리스크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철강산업 특성상 이미 설치된 설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일 방법이 뾰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철강사가 온실가스 절감을 위해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탄소배출권 거래제 3기가 시작되면 사정이 어려워질 철강사가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