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39)의 고통은 곧 관객의 고통이다. 자신이 느끼는 대로 관객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도 그렇다. 정우는 '빨갱이'라 부르던 야당 총재 의식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혼란스러워하는 도청팀장 유대권을 연기하며 감정을 공유했다.
계산할 줄도 모르고 마땅한 요령도 없어서 정우는 언제나 인물의 고된 삶으로 뛰어들었다. 험난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괴로울수록 관객들은 즐거워졌다. 그가 느끼는 고통을 함께하면서도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리하여 정우는 기꺼이 그 괴로움 속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양심적으로 (연기)하려고 해요. 스스로에게 묻죠. '진심을 다했느냐'고. 저 자신은 속일 수 없거든요. 물론 매 작품 진심이고 최선을 다하죠. 하지만 표현이 안 될 때가 있잖아요. (진심을) 다해내지 못했을 때 속상하고 아쉬운 거죠."
"전 항상 진심이어야 하거든요. 내가 얼마나 절실한지 (스스로) 물어봐요. 그게 제일 겁나요. 절실한 게 사라지면 (연기) 못할까 봐."
영화 '이웃사촌' 시나리오를 받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들에 끌려왔던 정우에게 대권은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게다가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2004)로 만나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왔던 이환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니 걱정도 반으로 줄었다. 누구보다 정우를 잘 아는 데다가 신뢰하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촬영 전에 굉장한 중압감을 가지고 있어요. '해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인 거 같아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카메라 앞에 서면 외롭다고.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감정 신을 앞에 두면 그런 마음이 들어요. 외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거든요. 그런데 이번 현장에서는 감독님이 곁을 지켜줬어요. 솔직히 제가 사람을 많이 타거든요. 하하하. (감독님이) 많은 힘이 됐죠."
이환경 감독은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배우 정우, 인간 정우를 지켜보았다. 카메라 앞에 선 그의 감정을 끌어내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도 능숙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만의 노하우가 확실히 있어요. 하하하. 적재적소에 당근과 채찍을 주시죠. 가슴으로 연출하는 스타일이에요. 기본적으로 따뜻하신 분이고요."
이환경 감독은 가족과 지인들의 이름을 영화 속 인물에게 선물해왔다. '7번방의 선물' 예승(갈소원 분)은 이 감독의 딸의 이름을 가져가 쓴 것이고, '이웃사촌' 의식(오달수 분)도 아버지의 성함이라고. 정우가 연기한 유대권 역시 세상을 떠난 친구의 이름이라고 한다.
"극 중 인물들을 소중히 대할 수밖에 없어요. 아끼고 소중하게 다뤘던 이름들인데 제가 어떻게 함부로 대하겠어요. 영화 외적으로도 다른 에너지들이 깃드는 것 같아요."
앞서 언급했듯 정우는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삼키고 소화하기 위해 애쓴다. 소화가 더디고 더부룩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인물과 감정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어야 그의 무기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겪어보지 않은 일들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 정우에게 낯선 감정을 어떻게 진심으로 느낄 수 있는지 물었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동생이 잡혀 오는 장면이 있어요. 저는 막내라서 그런 곳에서 동생과 마주하게 되는 마음은 모르죠. 대신 (그 상황에) 우리 가족을 대입해봐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겪지 않았던 감정을 연기할 땐 상상하고 싶지 않은 감정을 꺼내 쓰기도 해요."
그마저도 고갈되었을 때가 있었다. 극 중 대권은 언제나 격앙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불안하고 초조하며 두렵고 분노에 빠지는 감정은 매 순간 허들을 넘는 것 같았다.
"현장에서 그런 상상력까지 모두 바닥이 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촬영 현장을 모두 배우에게 맞출 수 없잖아요.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스탠바이 상태로 있는 거예요. 그 순간은 분명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요. 때마다 저는 감독님에게 힘을 받았고요."
촬영을 마치면 녹초가 돼버렸다. 매일매일 쏟아내고 쥐어짜다 보니 체력이 남아나질 않았다. 숙소에 도착하면 지쳐서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고.
"그래도 뭔가 해낸 것 같은 기분 있잖아요. 매일매일 진을 빼도 돌아올 때면 뿌듯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내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만족할 만큼 아주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 그때로 돌아가도 당시의 저만큼 대권을 표현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그는 영화 '이웃사촌'을 돌이켜보며, '사람'이 남았다고 전했다. 감독, 동료, 스태프 모두 작품과 함께 그의 기억에 남은 것이다.
"쉽게 경험하지 못할, 귀한 경험을 해준 작품이에요. 카메라 앞에서 외로웠지만, 때마다 동료 배우, 감독님이 힘이 되어줬고요. '이웃사촌'을 보면 그냥 사람들이 생각나요."
영화 '바람' '쎄시봉' '히말라야' '재심' 그리고 '이웃사촌'에 이르기까지. 그는 언제나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를 선택했고 그런 작품들을 선호해왔다.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며 "결국 성향 같다"라고 거들었다.
"제가 바라는 혹은 누군가가 바라는 인물인 것 같아요. 수퍼히어로라고 할까? 하하하. 누구나 히어로를 갈망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웃사촌' 대권이나, '재심' 준영이는 제가 생각하는 히어로의 모습인 것 같아요."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도 그렇다. 정우는 '빨갱이'라 부르던 야당 총재 의식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혼란스러워하는 도청팀장 유대권을 연기하며 감정을 공유했다.
계산할 줄도 모르고 마땅한 요령도 없어서 정우는 언제나 인물의 고된 삶으로 뛰어들었다. 험난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괴로울수록 관객들은 즐거워졌다. 그가 느끼는 고통을 함께하면서도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리하여 정우는 기꺼이 그 괴로움 속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양심적으로 (연기)하려고 해요. 스스로에게 묻죠. '진심을 다했느냐'고. 저 자신은 속일 수 없거든요. 물론 매 작품 진심이고 최선을 다하죠. 하지만 표현이 안 될 때가 있잖아요. (진심을) 다해내지 못했을 때 속상하고 아쉬운 거죠."
영화 '이웃사촌' 시나리오를 받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들에 끌려왔던 정우에게 대권은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게다가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2004)로 만나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내왔던 이환경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니 걱정도 반으로 줄었다. 누구보다 정우를 잘 아는 데다가 신뢰하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촬영 전에 굉장한 중압감을 가지고 있어요. '해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인 거 같아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카메라 앞에 서면 외롭다고.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감정 신을 앞에 두면 그런 마음이 들어요. 외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거든요. 그런데 이번 현장에서는 감독님이 곁을 지켜줬어요. 솔직히 제가 사람을 많이 타거든요. 하하하. (감독님이) 많은 힘이 됐죠."
이환경 감독은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배우 정우, 인간 정우를 지켜보았다. 카메라 앞에 선 그의 감정을 끌어내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도 능숙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님만의 노하우가 확실히 있어요. 하하하. 적재적소에 당근과 채찍을 주시죠. 가슴으로 연출하는 스타일이에요. 기본적으로 따뜻하신 분이고요."
이환경 감독은 가족과 지인들의 이름을 영화 속 인물에게 선물해왔다. '7번방의 선물' 예승(갈소원 분)은 이 감독의 딸의 이름을 가져가 쓴 것이고, '이웃사촌' 의식(오달수 분)도 아버지의 성함이라고. 정우가 연기한 유대권 역시 세상을 떠난 친구의 이름이라고 한다.
"극 중 인물들을 소중히 대할 수밖에 없어요. 아끼고 소중하게 다뤘던 이름들인데 제가 어떻게 함부로 대하겠어요. 영화 외적으로도 다른 에너지들이 깃드는 것 같아요."
앞서 언급했듯 정우는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삼키고 소화하기 위해 애쓴다. 소화가 더디고 더부룩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인물과 감정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어야 그의 무기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겪어보지 않은 일들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나? 정우에게 낯선 감정을 어떻게 진심으로 느낄 수 있는지 물었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동생이 잡혀 오는 장면이 있어요. 저는 막내라서 그런 곳에서 동생과 마주하게 되는 마음은 모르죠. 대신 (그 상황에) 우리 가족을 대입해봐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겪지 않았던 감정을 연기할 땐 상상하고 싶지 않은 감정을 꺼내 쓰기도 해요."
그마저도 고갈되었을 때가 있었다. 극 중 대권은 언제나 격앙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불안하고 초조하며 두렵고 분노에 빠지는 감정은 매 순간 허들을 넘는 것 같았다.
"현장에서 그런 상상력까지 모두 바닥이 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촬영 현장을 모두 배우에게 맞출 수 없잖아요.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스탠바이 상태로 있는 거예요. 그 순간은 분명 도움의 손길이 필요해요. 때마다 저는 감독님에게 힘을 받았고요."
촬영을 마치면 녹초가 돼버렸다. 매일매일 쏟아내고 쥐어짜다 보니 체력이 남아나질 않았다. 숙소에 도착하면 지쳐서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고.
"그래도 뭔가 해낸 것 같은 기분 있잖아요. 매일매일 진을 빼도 돌아올 때면 뿌듯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내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만족할 만큼 아주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 그때로 돌아가도 당시의 저만큼 대권을 표현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그는 영화 '이웃사촌'을 돌이켜보며, '사람'이 남았다고 전했다. 감독, 동료, 스태프 모두 작품과 함께 그의 기억에 남은 것이다.
"쉽게 경험하지 못할, 귀한 경험을 해준 작품이에요. 카메라 앞에서 외로웠지만, 때마다 동료 배우, 감독님이 힘이 되어줬고요. '이웃사촌'을 보면 그냥 사람들이 생각나요."
영화 '바람' '쎄시봉' '히말라야' '재심' 그리고 '이웃사촌'에 이르기까지. 그는 언제나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를 선택했고 그런 작품들을 선호해왔다.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톺아보며 "결국 성향 같다"라고 거들었다.
"제가 바라는 혹은 누군가가 바라는 인물인 것 같아요. 수퍼히어로라고 할까? 하하하. 누구나 히어로를 갈망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웃사촌' 대권이나, '재심' 준영이는 제가 생각하는 히어로의 모습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