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윤석열 '운명' 손에 쥔 행정법원 판사, 어떤 선택 할까

2020-11-2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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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내린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25일 밤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이어 26일 낮에는 직무정지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정식 행정 소송을 냈다. 행정법원은 30일 오전 11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재판을 열기로 했다. 곧이어 30일 당일 또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신청을 받아들일지 기각할지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집행정지 신청은 일종의 가처분 신청이다. 정식 재판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추 장관이 내린 처분의 효력을 잠시 정지시켜 달라는 신청이다. 윤 총장이 낸 행정소송 1심 결과가 나오려면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윤 총장 임기는 내년 7월까지다. 임기가 다 지난 뒤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면 윤 총장은 승소 판결을 받아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단 검찰총장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신청을 낸 것이다.
윤 총장은 25일 밤 10시 30분쯤 인터넷으로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26일 낮 법원 근무 시간에 신청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밤중에 인터넷으로 신청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신청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법적 싸움에서 단호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 관심사는 '집행정지' 기각이냐 인용이냐

이제 윤 총장의 ‘운명’은 행정법원 판사 손으로 넘어갔다. 가장 큰 관심사는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줄 것이냐이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이 징계 사유로 제시한 내용들이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비위가 아닌 정상적인 업무수행으로 볼 게 많아 총장 직무를 정지시킬 만큼 중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1심 법원이 이런 윤 총장 주장을 수용할 것이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1심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윤 총장은 즉시 총장으로 복귀해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추 장관이 내린 직무정지 명령의 효력이 임시로 중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받아주지 않으면 윤 총장의 총장 복귀는 불가능하다.

법원이 윤 총장의 신청을 기각하더라도 윤 총장에게 두번째 기회가 있긴 하다. 기각 결정을 번복해달라는 즉시항고를 1주일 이내에 법원에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한번 기각한 결정을 특별한 상황 변화 없이 번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법원이 번복하지 않으면 윤 총장의 직무 정지 상태는 계속된다. 윤 총장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정식 행정소송을 통해 추 장관이 내린 조치의 합법성과 정당성 여부를 가리는 재판을 하는 것뿐이다. 형사 재판으로 치면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따지는 재판을 하는 것이다.

윤 총장이 직무정지 상태에서 1심 재판에서 승소하면 추 장관이 항소할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재판이 2심인 서울고법으로 넘어간다. 이 경우 윤 총장은 세번째 기회를 맞게 된다. 서울고법에 또 다시 집행정지 신청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때는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1심에서 윤 총장에게 승소 판결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2심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윤 총장은 곧바로 총장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

그러나 윤 총장이 1심에서 패소하면 총장 복귀는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윤 총장이 1심에서 패소하더라도 서울고법에 항소한 뒤 다시 집행정지 신청을 낼 수는 있다. 그러나 1심에서 이미 패소 판결이 나온 상태라 2심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윤 총장은 총장 복귀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2심 재판을 받아야 한다.

2심 재판 결과는 윤 총장 임기 종료 시점인 내년 7월 이후에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때문에 윤 총장이 2심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총장 복귀는 불가능하다. 이미 임기가 끝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윤 총장 앞날은 첩첩산중이고 가시밭길이다. 1심에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거나 기각되더라도 내년 7월 임기 만료 전에 1심 정식 재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야만 총장직 복귀가 가능하다.

법관에게 '법과 상식'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돼

판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흔히 법관은 법과 상식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고 말한다. 이번 윤 총장 사건에서 법과 상식은 무엇일까? 현재 전국의 많은 검사들이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 명령이 위법·부당하다며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 성명을 내고 있다. 검찰총장 바로 아래 직급인 고등검찰청 검사장 6명, 일선 지방검찰청 지휘관인 검사장 17명, 대검찰청 연구관 검사들, 전국 부장검사와 평검사 등 직급을 뛰어넘어 많은 검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일반직 공무원인 일선 검찰청의 사무국장 20명도 가세했다. 이들은 추 장관이 공개한 징계 사유에 대해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았고, 비위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감찰 절차와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징계 청구와 직무정치 처분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법치주의를 훼손한다고 했다. 이 많은 검사들이 나선 것이 흔히 말하는 '검찰 조직 이기주의' 때문일까?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TBS(교통방송) 의뢰로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 직무정지 조치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56.3%, ‘잘한 일’이라는 응답이 38.8%로 나타났다. 이념 성향이나 지지 정당에 따라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 사람에겐 '직관적 정의 감각'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일이 '이치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거의 직감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검사들이 직급에 관계 없이 집단 성명을 내고 일반 국민들이 '잘못된 일'이라고 보는 것은 이런 직관적 정의 감각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윤 총장 직무정지 사건에서 우리가 따라야 할 법과 상식이 무엇인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윤 총장 소송을 맡을 행정법원 판사가 보는 법과 상식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도 법관에 따라 법과 상식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법관도 사람인 만큼 자신의 정치적 견해의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권력과 여론을 의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그걸 '법과 상식'의 이름으로 합리화하는 판결문을 쓸 수도 있다.

유신 시절 '김영삼 총재 직무정지' 가처분 재판의 경우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일화가 떠오른다. 유신 시절 김영삼 신민당 총재를 대상으로 한 가처분 재판이다. 1979년 5월 30일 제1야당인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김영삼 후보가 총재로 선출됐다. 그런데 그 두달 반쯤 뒤 느닷없이 신민당 당직자 3명이 김영삼 총재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민사지법에 냈다. 이들은 전당대회에 무자격 대의원이 참여해 투표를 했다며 따라서 총재 선출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당시 김영삼 총재는 유신 독재 철폐를 외치며 민주화 투쟁에 앞장서고 있었다. 가처분 신청을 낸 사람들의 배후에 정권의 공작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파다했다.

관심은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이냐였다. 당시 정치부 기자로 있던 선배가 들려준 얘기다. 이 선배의 인척 중에 현직 판사가 있었다. 선배가 그 판사와 내기를 했다고 한다.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서였다. 판사는 당연히 기각할 것이라고, 즉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법과 상식’으로 볼 때 가처분 신청을 낸 3명의 주장이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판사는 한참 세월이 흐른 뒤에 대법관이 됐다. 그럴 정도의 판사이니 그가 말하는 법과 상식이 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선배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게 확실하다고 반론을 폈다. 법원이 법과 상식보다 ‘정치’를 더 고려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란 서슬퍼런 유신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을 말한다.

결과는 이 선배의 말대로였다. 법원은 그 해 9월8일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김영상 총재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법원은 법리적으로 정연한 논리를 댔다. 그러나 그 법리가 정말로 법과 상식에 맞는 것인지에 대해선 그때도 반론이 많았다. 정치적 고려에서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리고서는 법리적으로 합리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들이었다.

지금은 중앙정보부가 반정권 인사를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가 고문하는 유신 시절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판결이 ‘법과 상식’대로만 되는 게 아니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는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고 믿는다. 실제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판결도 많다. 현 정권측 인사가 관련된 재판에서 특히 그랬다. 이번 윤 총장 사건에서는 어떨까? 이번에도 “법관에게 ‘법과 상식’이란 무엇인가” "재판에서 법과 상식을 우선하는가 정치적 고려를 우선하는가"하는 논란이 벌어질지 아닐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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