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을 앞두고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내달 한국 방문을 조율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중 패권경쟁 속 한국을 둘러싼 주요 2개국(G2)의 동북아 외교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24일 외교가에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내달 초 한국 방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12월 둘째 주가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다. 만약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확정되면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외교인사가 2주 간격으로 한국을 찾게 되는 것이다.
북한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도사상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당 제8차 대회를 내년 1월로 소집하고, 현재 ‘80일 전투’ 성과를 위한 내부결속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제8차 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미국 정권 교체에 따른 대미(對美) 전략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
알렉스 웡 미국 대북특별부대표도 비건 부장관의 방한에 동행하는 것으로 전해져, 12월 미국 주요 인사의 한국 방문은 대북정책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는 25~27일 왕 부장의 방한 일정이 예정된 만큼 비건 부장관의 한국 방문에는 중국의 대한(對韓) 대면외교 견제 목적도 담겼을 거란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현재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25일 저녁 한국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왕 부장은 방한 기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청와대 인사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 예방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왕 부장은 지난해 12월 1박 2일로 한국을 방문한 당시 문 대통령을 예방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한·중 양국은 이번에도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왕 부장이 한국 측에 미국의 반중(反中)동맹 참여 반대 입장을 전할 수도 있다.
왕 부장의 방한 일정이 일본보다 하루 많은 2박 3일로 이뤄진다는 점도 이런 추측에 힘을 싣는다. 정치권에 따르면 왕 부장은 방한 기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이해찬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등과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 정부 인사 이외 집권당 등 정치권 인사들까지 만나 한·중 간 친밀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다지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비건 부장관이 내달 한국을 방문하면, 이는 대북특별대표로서의 마지막 방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부장관은 2018년 8월부터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해왔다. 지난해 12월 국무부 부장관 승진 이후에도 대북특별대표를 맡을 만큼 북·미 협상에 애정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