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또다시 심각한 수준을 보이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격상이 적용되는 것은 19일 0시부터다. 전문가들은 당장 격상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17일 오전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 방역이 위기에 직면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수도권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19일 0시를 기해 격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현재 재생산지수(코로나19 감염자 한 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보여주는 지표)는 1.12로, 1.1이 넘은 상황이다. 단기예측을 보면 현재 수준에서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지 않으면 2주나 4주 후 일일 확진자 수가 300명에서 400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틀 뒤부터 격상한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바로 단계를 격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장 거리두기 강화를 시행해야 한다. 앞서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를 5단계로 개편했는데, 기준을 만들었을 당시에도 상당히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개편된 거리두기 기준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은 1.5단계 상향 기준인 '일주일 평균 100명 미만'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거리두기 강화가 시급하고 중대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1.5단계로 확산을 막을 수 없다며 2단계로 바로 격상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5월과 8월은 특정지역에 제한됐지만, 지금은 전국적으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며 "1.5단계 격상은 국민에게 모호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감염원인 비말이 가장 많이 퍼지는 식당 영업을 제한하지 않고는 확산세를 막기 힘들다. 국민들에게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도 선제적인 2단계 격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 역시 "1단계 완화로 국민들의 경각심이 떨어진 상태다. 2단계 격상이 필요하다. 국민들도 연말 모임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정부 방침에 호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30명(지역발생 202명, 해외유입 28명)으로 나흘째 200명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