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 바이오업체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높은 감염 예방률을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일제히 환호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470.63p(1.60%) 급등한 2만9950.44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지난 2월 이후 9개월여 만에 찍은 사상 최고치다. S&P500지수는 41.76p(1.16%) 뛴 3626.91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나스닥지수는 94.84p(0.80%) 상승한 1만1924.13에 장을 마쳤다.
지난 9일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발표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나온 낭보다. 이로써 미국은 올해 말까지 긴급 사용 승인을 내릴 가능성이 큰 백신 후보 물질 2가지를 확보하게 됐다. 연이어 나온 백신 '낭보'에 연중 내내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졌다.
특히 모더나의 백신은 일반적인 냉장 온도에서 최대 30일간 보관할 수 있어 훨씬 더 보급이 쉬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화이자의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 보관이 필요해 유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백신 관련 희소식으로 시장에 훈풍이 분 건 맞지만, 당장 코로나19 종식이라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찰스슈왑의 랜디 프레데릭 부대표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바이러스 종식이 시작됐다는 첫 번째 신호일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프레데릭 부대표는 백신이 만들어지고 광범위하게 배포될 때까지 진짜 영향을 보지는 못해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긍정적인 영향이 형성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낭보에 팬데믹 이후 줄곧 약세를 보인 항공주와 여행주도 크게 올랐다. 유나이티드항공은 5.2%, 아메리칸항공은 4.5% 뛰었다. 카니발 크루즈는 9.7% 상승하며 큰 폭의 랠리를 펼쳤다. 아울러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날 때 강세를 보이는 은행주, 에너지주와 같은 가치주들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씨티은행과 웰스파고, JP모건체이스 등 은행주들은 최소 3%씩 상승했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랠리를 주도했던 기술주의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덜했다. 애플과 페이스북은 각각 0.9%, 0.7%씩 올랐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과 아마존 모두 0.1%씩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넷플릭스는 0.8%, 화상회의 앱 줌은 1.1%씩 내렸다.
지난주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함께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중간 평가 발표 이후에도 동일한 패턴이 나타난 바 있다. 핵심 기술주에 집중됐던 투자 자금이 백신에 따른 경제 회복 예상에 힘입어 경기 순환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대서양 건너 유럽 주요 증시도 백신 낭보에 일제히 상승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50지수는 1.2% 오른 3472.46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프랑스 CAC40지수는 1.7% 뛴 5471.48에, 독일 DAX지수는 0.7% 상승한 1만3138.61에 각각 마감했다. 영국 FTSE지수는 1.7% 오른 6421.29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도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3% 오른 41.34달러에 거래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1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2.7% 뛴 43.92달러를 가리켰다.
금값은 강보합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0.08%(1.60달러) 오른 1887.80달러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