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국채금리 상승세에 따라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대출자 10명 중 7명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시장금리에 연동돼 금리가 변하는 변동금리 차주다. 대출을 추가로 받지 않더라도 빚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16일 채권시장에서 시중금리 지표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970%를 나타냈다.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 7월31일(0.796%)과 비교하면 3개월 반 만에 약 17bp(1bp=0.01%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10년물과 30년물 역시 이달 10일 각각 1.6%, 1.7%대로 올라섰다. 이는 지난 3월 25일(10년물 1.647%, 30년물 1.732%) 이후 처음이다.
국채금리는 은행권 대출금리에도 반영된다. 대출금리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5년만기 금융채(AAA) 금리는 지난 7월 30일 1.275%에서 이달 11일 1.551%로 30bp 가까이 치솟았다. 이후 소폭 하락했으나 1.5%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금융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 조달비용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즉 대출금리 역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은행연합회가 16일 공시한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0.87%다. 10개월 만에 반등한 9월 코픽스(0.88%)보다 1bp 하락한 수치지만, 8월보다는 7bp 높다. 코픽스는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주요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최저금리는 지난 7월에 1%대(농협은행 최저 1.96%)까지 내려갔지만, 현재는 2%대 초중반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7월 대비 현재 주담대 변동금리 하단은 각각 18~41bp 상승했다. 금융채 5개월물과 6개월물을 토대로 계산하는 신한 및 하나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역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신용대출 금리도 오름세다. 현재 주요 은행들의 신용대출 금리 하단은 한달 만에 최대 14bp 올랐다. 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 역시 지난 8월(연 2.86%) 저점을 찍고, 9월(2.89%) 반등했다. 10월 평균금리 역시 상승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기존 대출자 10명 중 7명이 변동금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은행권 변동금리 대출자 비중(잔액 기준)은 67.9%에 달한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수요가 많았던 지난 6월 이후 신규 대출자 대부분이 변동금리로 돈을 빌렸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신규 취급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절반(48.8%) 수준에 불과했으나, 이 비중은 6월 30.1%, 7월 30.6%, 8월 32.9%, 9월 30.6% 등을 나타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향후 시중금리가 더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에 변동금리 대출자가 늘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610조원에서 지난달 말 656조원으로 올해에만 46조원 급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간 대출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가계대출 절대치가 역대 최대로 늘어났기 때문에 금리가 소폭 올라도 이자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며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