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 최종 서명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5개국을 더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이 지난 8년간 협상 끝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은 이로써 세계 인구 3분의 1(22억6000만명)을 포괄하고, 전 세계 무역규모와 총생산의 30%를 차지하는 대규모 경제 공동체의 주요 회원국이 됐다
그동안 양자 간 FTA를 주로 맺어 온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다자 간 FTA를 체결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첫 ‘비대면 협약식’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의 도전과 보호 무역의 확산, 다자 체제의 위기 앞에서 젊고 역동적인 아세안이 중심이 돼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게 됐다”면서 “우리는 자유무역 가치 수호를 행동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RCEP 논의의 시작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세안 정상회의 당시 2012년 11월 개시 선언을 목표로 설정했고, 2012년 그대로 실현됐다.
지난 2013년 5월 1차 협상이 개시된 이후 31차례의 공식 협상과 19차례의 장관회의, 4차례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RCEP 협정 타결을 위해 노력했다.
당초 인도도 RCEP 협상 대상에 포함돼 있었지만, 최종 서명 명단에는 제외됐다.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가 발목은 잡은 것이다. 다만 협정문을 통해 인도 참여의 문을 열어놨다.
특히 이번 RCEP 최종 타결 및 서명은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추진해 온 신남방정책의 핵심 성과라는 데 의미가 있다.
당초 문 대통령은 올해 신북방의 해로 천명했으나, 러시아와 몽골 등이 코로나 사태로 방역을 강화하면서 사실상 유야무야 됐다. 이에 정부는 신남방정책 플러스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RCEP 가입으로 수출 중심의 우리는 큰 기회를 얻었지만, 만만치 않은 숙제도 떠안게 됐다. 중국이 주도하는 RCEP 회원국에는 진입했지만, 미국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는 가입하지 않아서다.
원래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해서 만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다. 그러자 일본 등 나머지 11개국이 CPTPP로 이름을 바꿔 지난 2018년 공식 서명했다.
그러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바이든은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 부통령을 맡을 때도 TPP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는 RCEP가 중국 주도의 협상이었다는 점을 반박하며 상호연관성을 강조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RCEP이 중국이 주도하는 협상이었던 것처럼 오해하는 시각이 있는데 RCEP은 중국 주도의 협상이 아니다”라면서 “협상 시작부터 이번 타결까지 협상을 주도한 것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중국은 RCEP에 참여한 15개국 중 하나”라면서 “8년간 의장국을 인도네시아가 맡았고, (협상의) 모든 면에서 아세안 센츄럴리티(Centrality)가 원칙이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 RCEP 서명을 계기로 CPTTP 가입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도 “CPTTP와 RCEP은 서로 대결·대립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아세안 국가 가운데 베트남, 싱가포르 등 4개국, 일본·호주·뉴질랜드 등은 RCEP에 참여하고 CPTPP에도 참여한다”면서 “이게 어떻게 대립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 양자는 상호보완적으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2개의 협정은) 모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자무역체제를 지향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미·중 대결의 관점 아니라 다자주의에 입각한 역내 자유무역질서 확대를 지지하는 차원에서 아세안 중심의 RCEP에 참여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미국이 CPTTP에 복귀하고, 우리나라에도 가입을 요청한다면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일단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아직 CPTPP 참여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면서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에 답변을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CPTPP와 RCEP은 보완관계에 있다. 필요하다고 느끼면 들어갈 수는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결정할 시기는 아니라고 보인다”고 답해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