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검찰이 삼성그룹 불법 경영권 승계 관련 발표한 이재용 부회장 공소 사실 중에는 ‘삼성생명 지분매각 추진 관련 허위 공표’가 포함돼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돌이켜보면 당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일가는 상속과 지배구조 개편을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라며 “보험 지주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단순 검토 차원이 아닌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움직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목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2016년 11월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하지만 2017년 4월 검토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보통주 15.1%, 우선주 19.8%에 해당하는 18조7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소각하자 관련 시나리오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었다. 2018년부터는 배당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주주친화 정책 일환이면서도 이 부회장 일가 등이 상속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즉 ‘자력’으로 승계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IFRS17·RBC 강화···생명, 전자 지분 유지 어렵게 하는 요인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는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총자산의 3%, 자기자본 60% 이상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개정안은 취득가가 아닌 시가로 계산하기 때문에 관련 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8.51%) 중 절반 이상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국제보험회계기준 도입(IFRS17, 2023년)과 보험사 지급여력비율(RBC) 강화 등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율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삼성생명이 그룹 지배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삼성전자는 핵심 중 핵심이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17.1%)로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직접 산하에 둔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수십조원의 자금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중단 발표한 지주사 전환이 재차 거론되는 이유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보험업법 개정에 대한 대응은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 인적분할 후 지분 조정, 자금 부담 적어
우선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3대 7)한다. 삼성전자 투자회사는 삼성생명으로부터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인수하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으로부터 투자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 350조원을 기준으로 보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투자회사 지분 6.8%를 매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7조원을 소폭 웃돌아 크게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삼성물산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를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0년 “앞으로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래전부터 바이오사업을 삼성그룹 주 먹거리로 천명한 만큼 삼성전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지배하기 위한 명분이 존재한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어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직접 지배할 것이라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도 상속이 아닌 삼성물산에 증여할 가능성도 높다. 이 부회장 일가는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면서도 그룹 지배력 유지가 가능한 셈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과거 시도했던 지배구조 개편 등을 종합해보면 이와 관련된 잡음은 대부분 삼성생명으로부터 시작됐다”며 “삼성그룹 입장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생명이 금융사 외에도 여타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기보다 장기적으로 삼성생명의 그룹 지배력에 대한 영향력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