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고용충격이 제조업과 지식산업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제조업과 지식산업 등은 추가 고용을 유발하는 고용승수효과가 큰 만큼 코로나19 위기가 끝날때가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일자리 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21일 이종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발표한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의 양상과 정책적 시사점' 현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9월에만 83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사라진 일자리의 대부분은 코로나19의 직접적 타격을 받은 지역서비스업 일자리지만, 제조업과 지식산업 등 교역산업에서도 일자리 충격이 가시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교역산업에서도 고용충격이 점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9월에는 본격적으로 피해가 커지며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9월까지 제조업에서 약 1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며 충격이 파급되면 향후 10년간 서비스업 일자리 16만개도 관련 제조업 지역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식산업에서도 3월에 일자리 7만개가 사라진 후 회복됐지만, 최근 감소폭이 다시 확대되며 고용충격이 가시화됐다"고 말했다.
교역산업에서의 일자리 감소가 우려를 키우는 것은 한번 사라지면 회복이 어렵고, 고용승수 효과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역산업 일자리가 늘어나면 교육, 미용, 의료 등 지역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고, 특정 지역에 첨단 제조업 본사가 생기면 금융업, 법률서비스 등 생산에 필요한 전문서비스업 일자리가 늘어난다.
반대로 교역산업 일자리가 감소하면 그만큼 고용승수 경로를 통해 지역서비스 일자리가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제조업 일자리가 1개 소멸할 경우 지역서비스업 일자리 1개, 지식산업 일자리 1개가 소멸할 경우 지역서비스업 일자리 3.2개가 각각 사라진다"며 "교역산업의 충격은 경제 전반의 중장기적 일자리 창출 여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지식산업 일자리의 감소는 양질의 고숙련 서비스 일자리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고용유지의 우선순위를 교역산업 일자리에 두고, 지역서비스업은 취약계층 보호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교역산업 일자리는 일단 사라지면 단기간에 다시 생기기 어려우므로 실직자가 급증할 경우 경기 회복이 지체되고 중장기적인 일자리 창출 여력도 저해할 수 있다"며 "고용유지지원금도 양질의 교역산업 일자리에 대해서는 보건위기가 종결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위기를 겪는 기업과 부실이 누적된 기업은 구분해 차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지역서비스업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이 종결되면 경기 회복에 맞춰 비교적 빠르게 일자리가 회복될 것으로 봤다. 때문에 고용 유지보다는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의 소득 감소를 보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한국판 뉴딜 등 혁신정책은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고용승수 효과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일자리 수 확대보다는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고용승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