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마켓' 오명 중고차 시장...현대차 진출 공식화

2020-10-1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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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체 시장 진입…기존 업계와 갈등 불가피

"소비자 권익 증진" vs "대기업 독점·생태계 붕괴"

지난 3월 대구시 서구 한 중고차 판매장에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처분한 트럭들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하고 나서면서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현대차는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어 투명한 생태계를 조성, 소비자 권익 증진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고차 업계는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까지 진출하게 되면 대기업 독점으로 시장 생태계가 무너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10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김동욱 현대차 전무는 지난 8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중고차 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포함해 70∼80%는 거래 관행이나 품질 평가, 가격 산정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도 중고차 거래 시장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현대차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 규모만 20조원에 달하는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출과 확장 등이 제한돼 왔다. 작년 초 지정 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기존 업체들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진출을 제한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이에 대해 작년 11월 부적합 의견을 냈다. 현재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결정만 남아 있다.

매출이 수조원에 달하는 수입차 업체는 대부분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어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체만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한국자동차산업협회도 중고차 거래시장에 국내 완성차 업체 진입이 규제되면서 수입차보다 국산 중고차 경쟁력이 떨어지고, 소비자 불신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중고차 판매 사업의 범위에 대해 중기부,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다른 사용자 단체 등과 충분히 협의하면 기존 영세한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전무는 "근본적인 문제는 품질 평가, 가격 산정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현대·기아차가 가진 차에 대한 노하우와 정보를 최대한 공유해서 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이라는 게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정권을 쥐고 있는 중기부는 일단 현대·기아차에 추가 상생 방안을 제출하라고 한 상태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국감에서 "오픈 플랫폼을 만들어 중고차를 관리하게 되면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도 차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있어서 좋고, 중고판매업도 그동안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판매업에 진입해서 이익을 낸다고 하면 이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존 중고차 판매업계와의 상생을 조건으로 진출해 이익 없이 '이븐 포인트(even point)'로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를 만드는 데에 해결책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중고차 업계는 여전히 대기업의 진출에 반대하고 있어 향후 이 같은 방침이 가시화할 경우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시장은 규모는 크지만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 비대칭성으로 질 낮은 물건이 많이 유통되는 '레몬 마켓'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영세업체가 난립하고 있어 현재 업체 수는 6000여개, 종사자만 5만5000여명에 달한다.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장은 국감에서 "현재 케이카가 한 달에 200∼250건을 판매하고 있는데 우리 회원사는 15∼16대 정도에 불과해 굉장히 힘들다"며 "여기에 대기업인 완성차 업체까지 들어오면 우리는 매집을 못 해서 상생을 할 수가 없고 30만명(가족 포함)의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토로했다. 곽 회장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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