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병원장들이 전국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의 의사 국가고시(국시) 응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김영훈 고려대학교의료원장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매우 힘든 시기에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밝힌 뒤 고개를 숙였다.
이 자리에는 김 의료원장과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국립대학병원협회 회장), 윤동섭 연세대학교의료원장, 김영모 인하대학교의료원장(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 회장)이 함께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대생들의 국시 미응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응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주요 대학병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건 처음이다. 재응시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크자 병원장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김 의료원장은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으로서 또 선배로서 지금도 환자 곁을 지키고 코로나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사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질책은 선배들에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6년 이상 학업에 전념하고 잘 준비한 의대생들이 미래 의사로서 태어나 국민 곁을 지킬 수 있도록 국가고시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국시가 정상화되면 이번 의대생들은 이전과 다른, 국민들을 위한 진정한 의사로 태어날 것을 믿는다”고 했다.
병원장 4명은 발표 직후 전현희 권익위원장과 이날 오전 11시부터 35분간 간담회를 갖고 의대생의 의사 국시 재응시 문제를 논의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간담회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국민께 다시 한번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이번 이들을 통해) 미래에 탄생하는 의사들이 앞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민들께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료원장도 “병원장들은 몇백 번 큰절이라도 하라면 하겠다. 의대생들은 죄가 없으므로 선배들을 채찍질해달라”며 “코로나19 상황인 만큼 국민들이 아무리 괘씸하게 보셨더라도 다시 기회를 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시 미응시로 인한 의료공백이 장기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료원장은 “의료공백 문제는 단순히 올해에 그치지 않고 5년 이상 우리 의료시스템 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중 의료정책을 추진하려고 했던 정부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으면서, “(학생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국시 기회를 완전히 차버리게 된 건데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닌 2700명 의사가 배출되지 못하는 국가적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오늘 병원장들의 뜻깊은 행보가 국민 공감을 끌어내는 하나의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문제가) 국민 건강과 보건의료시스템 전반에 걸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해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살피도록 하겠다”면서도 “이 문제는 국민 공감과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