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증시 폭락 이후 코스피 상승을 이끌어왔던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과세 기준 강화를 앞두고 미리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최근 잇따라 순매도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과거에도 대주주 조건 변화 직전에 개인투자자들의 '매도 폭탄'이 쏟아졌던 사례가 이번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3457억원을 순매도하며 5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오전까지만 해도 순매수세를 보였으나 오후 1시께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개인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순매도한 것은 지난 6월 1일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최근 5거래일간 개인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판 금액만 1조3170억원에 달한다. 개인이 내놓은 매물은 기관이 모두 받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기관은 이 기간 동안 1조1271억원을 순매수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식 대주주 요건 하향 조정이 개인투자자들의 이 같은 순매도 기조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는 주식 보유액 기준이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아질 예정으로, 최근 코스피가 소폭 오름세를 보이자 미리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은 주주명부 폐쇄일을 기준으로 특정종목을 3억원 이상 보유할 경우 세법상 대주주로 분류돼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주식 매매 차익에 따라 22~33%를 내야 한다.
이에 대주주 양도세 폐기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정치권에서도 유예를 주장하는 등 수정 가능성이 나오고 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본 틀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2017년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당시 2023년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정책 스케줄이 없었는데 경제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자,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위기 과정에서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주주들의 역할이 위기 극복에 영향이 컸지만 주식 양도세는 자산소득과 근로소득 등의 형평에 대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논란이 되고 있는 가족 합산 부분은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세대 합산은 인별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대주주 요건 강화가 4분기 국내 증시의 수급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제출받은 '2016~2019년 월별 개인투자자 순매수 추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주식 양도세 과세 대주주 기준이 하향되기 직전 연말마다 개인투자자들의 순매도가 이어졌다. 대주주 기준이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변경된 2018년 직전 해인 2017년 12월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조6645억원을 순매도했다. 이후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하향되기 직전인 2019년 12월에도 3조8257억원을 팔았다.
김승한 유화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대주주 요건 변화 직전연도 연말에 개인 매도 규모 확대가 반복돼왔다"며 "특히 올해는 기관이나 외국인이 아닌 개인의 직접투자가 국내 증시 수급 개선을 주도해왔던 점에서 대주주 요건 강화 시행 여부가 4분기 수급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에 연말 대외 리스크까지 맞물릴 경우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 연구원은 "과거에도 대주주 요건이 크게 하향되기 직전 해 연말에 개인의 대규모 순매도 패턴이 확인됐지만 특히 이번에는 시가총액 기준의 하향 조정폭이 크고 올해 주식시장에 유입된 개인 자금의 규모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수급 영향력이 커진 만큼 대주주 지정 회피를 위한 일부 개인자금의 움직임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과거보다 커질 수 있다"며 "올해는 개인의 시장 방어 역할이 컸던 만큼 개인 수급이 흔들린다면 연말 대외 리스크와 맞물려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