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칼럼] '삼중고' 北 경제적 위기, 인도적 협력의 새 틀 필요

2020-10-0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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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석좌연구위원] 



제재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견해가 엇갈린다. 북한은 대외의존도가 낮으며, 내핍생활에 익숙하기 때문에 제재효과가 낮다는 견해가 있다. 더욱이 중국이 최소한 북한의 생존을 유지해 주는 것이 재제 효과를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북한은 제재에 대해 그동안 축적된 외환보유, 노동자의 해외 송금, 불법거래 등으로 버텨왔다.

그러나 2017년 이후 북한의 수출입까지 통제됨으로써 경제적 어려움이 누적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통계에 의하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17년 –3.5%, 2018년 –4.1%를 기록하였다. 2019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났지만 0.4%의 성장에 그쳤다. 김정은위원장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낮은 수준에서 성장세를 보이던 북한 경제가 제재가 본격화된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다.

북한은 관광사업에서 제재의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다. 관광은 제재 대상이 아니고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 않아도 단기간에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이라서 기대가 컸다. 북한은 삼지연지구, 원산-갈마지구, 양덕온천지구를 3대 핵심관광지역으로 선정하여 집중투자했다. 북중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북한관광을 허용함으로써 2019년 북한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20만명을 상회하고 외화확보의 숨통을 터준 것으로 관측된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제재해제와 경제도약을 꿈 꾸었던 북한의 고민이 깊어졌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중, 러와의 관계를 돈독히함으로써 미국과의 장기전에 대비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톡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6월에는 평양에서 북중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그리고 2019년 말 자력갱생으로 버티겠다는 ‘새로운 길’을 전략으로 세웠다. 제재해제에 연연하지 않고 내부 자원을 동원하여 생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19라는 돌발변수에 직면했다. 보건의료체계의 취약성을 알고 있는 북한은 과거에도 주변국에서 감염성 질병이 발생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조치를 실시했다. 2020년 1월 말 북한은 국경을 폐쇄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중앙과 지방에 비상방역지휘부를 설치하였다. 또한 북중간 항공 및 국제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하였다.

북한의 셀프 봉인은 그런대로 버티던 경제에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국경차단 조치는 대외무역의 90%이상을 차지하는 북중무역의 급격한 위축을 가져왔다. 중국측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북중무역이 전년에 비해 약 70% 감소했다고 한다. 코로나19는 기대했던 관광사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3대 관광지구에 투자한 자금을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올해 연이은 장마와 태풍은 피해를 가중시켰다. 이번 수해는 곡창지대인 황해도와 평안도 뿐만 아니라 광산지역도 황폐화시켰다. 올해 초 북중교역이 차단됨으로써 비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해까지 겹쳐 식량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제재, 코로나 19, 수해라는 3중고에 직면해서 북한의 경제적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제재에 대해 그럭 저럭 버텼으나, 코로나 19와 수해가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입힌 것이다. 특히 도시는 식량과 생필품의 부족을 겪고 있으며, 중간재 및 자본재의 수입 중단으로 생산활동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과거와 달리 피해상황을 공개하고 자원과 인력동원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야심차게 계획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국가창건일인 9.9절도 조용하게 보냈다. 북한은 당 정치국회의를 연달아 개최하여 피해복구를 위한 총동원을 독려하고 있다.

북한은 심각한 경제상황을 자력갱생으로 극복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있을 뿐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은 내부 상황이 공개되는 것을 꺼릴 뿐만 아니라 코로나를 우려해서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대외 빗장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적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인도협력의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인도적 협력을 위한 다자협력거버넌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 국제기구, 민간단체가 북한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실행가능한 인도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세계식량기구, 세계보건기구 등을 통한 인도적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취약계층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단체에 대해 정부기금을 제공하는 경우, 민간단체의 매칭펀드 비율을 하향 조정하여 민간단체의 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수요를 반영하여 개발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해야 한다. 우선 개발협력을 위해 의료, 보건, 환경, 기후, 수자원 관리 등에 관한 북한의 실태와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 국제기구의 개발협력 지침 및 절차를 고려하여 적실성있는 대북 개발협력 방안에 관한 매뉴얼을 작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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