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분양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켤 분위기다.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밀렸던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수도권 내 1000가구 이상 대단지나 공공택지 공급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청약 기대감이 높은 분위기다. 다만 서울은 온도 차가 있다. 관심을 받는 주요 단지들이 분양 일정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어 물량이 더 줄어들 경우 '청약문'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조사 기준으로 올 4분기 전국 분양예정 아파트는 총 14만2027가구로 작년 동기(11만9590가구) 대비 18.8%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4만6694가구로 가장 많고 이어 △인천 2만29가구 △서울 1만2984가구 △충남 1만980가구 △부산 1만228가구 △대구 7101가구 등 순이다.
문제는 서울이다. 4분기 서울 분양예정 아파트는 1만2984가구로 작년 동기(7665가구) 대비 69.3% 증가할 전망이지만 '확정' 물량은 손꼽을 정도다. 특히 이달은 전통적인 분양 성수기이지만, 서울에서 분양예정인 단지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 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부활한 이후 서울에서 정비사업 아파트의 신규 분양이 연기되면서 공급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애초 서울 은평구 역촌동 역촌1구역동부센트레빌(역촌1주택 재건축)은 이달 분양예정이었으나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분양 일정이 11월로 밀렸다"면서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분양가 문제나 조합 내부 문제로 인해 둔촌주공, 원베일리 등 대단지 분양 일정이 늦어지면서 4분기 분양 물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남아 있는 물량에 대한 청약 수요가 집중되면서 경쟁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공급절벽이 이어지면서 가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30~40대는 아예 도전조차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30대 수요자들은 청약으로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며, 민영주택에도 생애 최초 특별공급이 도입될 예정이지만 일반공급 물량 자체가 귀한 서울의 청약시장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젊은 층은 물량이 대거 공급되면서 서울보다 경쟁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내 집 마련의 틈새시장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