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의 군과 법] 군대 보낸 아들이 강제추행을 당한다면

2020-10-0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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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 상 강제추행죄, 법정형에 상한 없어

일반 형법은 벌금형 선택 가능...군 형법은 징역형만 규정

◆대상판결 사실관계

2020년 2월14일 선고 울산지방법원 2019고합287 판결

육군 병사였던 가해자 A는 2018년 5월 중순 새벽 경 경기 화성시에 있는 군부대 생활관 내에서 옆자리에 자고 있던 후임 상병 B의 속옷 안에 손을 집어넣어 B의 성기를 수회 주무르는 방법으로 강제추행했다. 2019년 3월 14일경 새벽에는 역시 옆자리에서 자고 있던 B의 오른손을 끌어당겨 가해자의 바지 속에 집어넣고 가해장의 성기를 주무르게 하는 등 강제 추행했다. 

2020년 2월14일 선고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9고합296 판결

경산시에 있는 군부대 취사병이었던 가해자 C는 2018년 10월 경 병영식당 취사장에서 조리를 하고 있던 후임병인 피해자 D의 엉덩이를 오른손으로 주무르고, 피해자가 도망가자 따라가 피해자의 엉덩이를 주물러 강제 추행했다. 2019년 5월 경에도 같은 병영식당 휴게실에서 누워 쉬고 있던 D의 배 위에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주무르고 피해자가 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하지 마십시오”라고 했음에도 피해자의 손을 뿌리치며 “치워 봐”라고 하면서 피해자의 젖꼭지를 잡는 방법으로 강제 추행했다. 그 밖에 가해자 C는 피해자 D에게 강제로 여러 개의 요플레를 먹이는 등 가혹행위도 했다.

첫 사건의 경우 가해자는 징역 1년 및 집행유예 2년, 두 번째 사건의 경우 가해자에게 징역 1년 6월 및 집행유예 2년의 형이 선고됐다.

◆사병간 강제추행이 일어난 경우 일반 형법과 차이점과 양형

군형법상 강제추행죄는 일반 형법상 강제추행죄와 어떻게 다를까. 먼저 군형법상 강제추행죄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군인등’에 해당하여야 적용된다. ‘군인등’에는 현역 복무중인 병사, 장교, 부사관 뿐 아니라, 군무원, 사관 · 부사관후보생, 학군사관후보생(ROTC)까지 포함된다. 동원예비군훈련과 같이 소집돼 복무하고 있는 예비군의 경우에도 군형법 적용대상이다. 다만 의무경찰, 의무소방 등 전환복무중인 자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의할 점은 는 것이다.

군형법상 강제추행죄의 또 다른 차이점으로는 형량이 일반 강제추행죄에 비해 무겁다는 점이다. 일반 형법은 강제추행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군형법은 강제추행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군형법 상 강제추행죄는 법정형에 상한이 없다. 범죄의 경우 무기징역이 아닌 한 30년의 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일반 형법이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는 반면 군형법상 강제추행은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군형법상 강제추행죄는 2009년 11월 2일 개정된 군형법에서 군인등강간죄, 군인등유사강간죄 등과 함께 신설됐다. 당시 개정이유를 살펴보면 주로 여군에 대한 강제추행을 막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형평상 여군에 대한 강제추행만을 가중처벌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모든 군인 등에 대해 가중처벌하도록 규정됐다. 

사병간 강제추행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일반적인 형량은 어떻게 책정될까. 앞서 알아본 것처럼 군형법상 강제추행죄의 법정형은 1년 이상 30년 이하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건의 경우 여러 건의 강제추행이 문제되고 폭행 등 다른 가혹행위가 경합돼 형이 가중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경우 경합범 가중을 고려한 처단형(가중 등을 고려한 형)은 1년 이상 45년 이하가 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결정하는 양형기준의 경우 최근까지 군형법상 성범죄에 대해 양형기준이 없었다. 문제점을 인식한 양형위원회는 최근인 2020년 1월 6일 양형기준에 군형법상 성범죄를 포함하기로 했고 추가 논의를 거쳐 2020년 5월 18일 양형기준 초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판결을 살펴보면, 사병 간 강제추행은 보통 징역 6월에서 징역 1년 6월 사이의 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판결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가해자들이 자백 및 반성하고 피해자들과 합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대상판결의 경우에도 두 건 모두 가해자들이 자백 및 반성했고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한웅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엄격한 상명하복체계 내에서 강압적으로 이루어지는 군대 내 성범죄 사건의 심각성에 비추어 가해자가 반성하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것만으로 일률적으로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있는 실정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군대 내 가혹행위를 근절하고 선진병영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군대 내 성범죄에 대해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고 양형위원회의 합리적인 양형기준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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