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9일 수원시 권선동 우시장 사거리에서 훈련지원을 위해 미군 군용 트럭을 운전하던 주한미군 A상병이 사거리에서 우회전 도중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한국인 C를 치었다. C는 차량 앞바퀴 사이에 몸이 끼게 됐는데, 조수석에 타고 있던 미군 동료 D의 신호에 따라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던 도중 차량이 C를 재차 충격해 C는 치골 골절등의 상해를 입었다.
C는 부친이 가입한 보험사로부터 치료비 및 합의금 2000여만 원을 지급받았고, 치료비 등을 지급한 보험사는 미군이 직무수행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 C가 손해를 입었고 그 치료비 등을 대신 지급했으므로 SOFA협정에 따라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SOFA협정 근거해 대한민국 배상 판결
또, A상병의 행위가 SOFA협정과 한미 상호방위조약 등이 정한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미국 군대의 구성원이 그 직무를 수행 중 대한민국 정부 외의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하고 이 경우 국가가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국가로 하여금 보험사가 지급한 치료비 및 합의금 상당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법원은 자전거를 운전한 C에게도 전방주시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해 10%의 과실을 인정했다.
한미 SOFA협정 제23조 제5항은 미군의 공무집행중 발생하는 인적·물적 피해에 대해 피해자는 한국 국가배상법에 따라 대한민국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가가 피해자에게 배상한 금액에 대해서 대한민국이 25% 미국이 75%의 각 비용을 분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단 대한민국이 국민에 대해 피해를 배상하고 추후 75%에 대해서는 미국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군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해서 미군 또는 미국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면 피해자가 소송 과정에서 여러 불편을 겪을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국가배상을 청구해 배상을 받고 추후 국가가 미국에 청구하도록 한 SOFA규정은 타당해 보인다.
◆공무수행 아니면 100% 미군 책임... 실질보상은 '먼 길'
그런데 만약 미군이 직무수행 중이 아닌 때 교통사고를 내 한국인이 피해를 입었다면 그 때에도 국가배상을 청구해야할까.
이 경우 피해자는 검찰청 내 지구배상심의회에 배상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신청서는 미군측에 전달돼 미군은 사전배상금 지급여부 및 지급금액을 결정해 피해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피해자가 금액에 동의할 경우 미군으로부터 직접 사전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사전배상금은 100% 미군이 부담하게 된다. 다만 배상액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 미군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해야만 한다.
문제는 피해자가 실질적인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해자인 미군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더라도 미군에게 자력이 없거나 복무기간이 끝난 뒤 본국으로 귀환해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한웅 법무법인유한대륙아주 변호사는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미군 개인이 사적 용무중 사고를 저지른 데 대해서 묻지 않고 미국이나 대한민국에 모든 책임을 지운다면 그 역시 부당할 것이다"면서도 "공무 여부를 묻지 않고 일단 국가가 합당한 배상을 한 뒤 미국이나 미군 개인에게 구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