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두산그룹 구조조정](中) “소송 리스크 떠안겠다”...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사활’

2020-09-23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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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우발채무 책임질 것" 막판 입장선회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매력도 높여 자구안 이행 박차

지난 4월 두산그룹은 산업·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두산중공업이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갖출 수 있도록 3조원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자구안을 제출했다. 이후 두산그룹은 신속하게 자산을 매각하고 유상증자에 성공한 덕에 1조42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5개월 만에 자구안의 반환점을 도는 데 성공한 셈이다. 다만 두산그룹은 향후 자구안의 나머지 절반을 더 이행해야 한다. 두산그룹이 단시일에 '절반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원인과 앞으로 남은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올해 상반기 구조조정이 공식화됐으나 두산그룹은 두산밥캣만큼은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만큼 두산밥캣은 최후의 순간에도 내놓지 않겠다는 속내를 내보인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두산그룹이 유독 매각하기 아쉬워한 계열사는 두 번째 캐시카우로 꼽히는 두산인프라코어였다. 실제 다른 계열사 매각 작업보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더디게 진행하거나 중국법인(DICC) 소송 관련 우발채무를 인수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선언하는 등 다소 미련이 남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두산그룹은 지금까지 태도를 정반대로 선회해 의욕적으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착수했다. 매각하기 아쉽다는 속마음이 변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만큼 채권단과 약속한 나머지 1조58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과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두산인프라코어 예비입찰을 오는 28일로 연기했다. 최근 두산그룹이 DICC 소송 관련 우발채무를 전액 책임지기로 결정하면서 원매자들에게 추가로 의사결정을 할 시간을 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동안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자가 DICC 소송 관련 우발채무를 떠안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예비입찰 직전 선회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DICC 관련 재무적투자자(FI)들과 7196억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1심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승소했으나 2심에서는 FI가 승소해 관련 리스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반드시 매각해야하는 상황이라 소송 리스크를 전부 떠안기로 입장을 변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종전까지 소송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기로 하면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매력을 반감시켜왔던 것과 큰 차이라는 진단이다.

두산그룹이 막판 입장을 선회한 것은 채권단과 약속한 3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그룹 유동성 위기의 근원인 두산중공업은 자체적으로 클럽모우CC를 팔아 약 1200억원을 먼저 차입금 상환에 썼고, 추후 ㈜두산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1조30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출처=두산·두산중공업 등]


㈜두산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네오플럭스와 두산솔루스, 모트롤사업부를 매각했으며 유상증자 발표 이후 두산타워를 8000억원에 현금화하는 데 성공했다. 언뜻 보면 연달아 계열사 매각에 성공해 3조원 마련이 순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각 건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최근의 두산타워만을 살펴봐도 매각가 8000억원 전부를 ㈜두산이 활용할 수 없다. 두산타워가 4000억원이 넘는 금융부채의 담보물로 설정돼 있었기에 ㈜두산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현재 외부에 공개된 두산그룹의 매각 대상 리스트에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밖에 남지 않았다.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는 몸값이 높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으로 결정되는 셈이다. 1조5800억원에 달하는 절반의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의욕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타워 외에 추가로 매각을 진행하는 자산은 현재까지는 일단 없는 상태"라며 "두산중공업 차원에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을 제값에 매각하는 것이 자구안 달성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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