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되면서 관심은 차기 KB국민은행장의 인사로 쏠리게 됐다. 윤 회장의 '3기 체제' 이후 단행되는 첫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여서다. 다음달 윤 회장의 차기 국민은행장 선택에 따라, 오는 12월 임기가 돌아오는 KB손해보험·KB국민카드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의 거취가 갈릴 전망이다. 지난해 말 '안정'을 택한 윤 회장이 3기 체제를 맞아 '변화'를 꾀할지 주목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대추위)는 오는 11월 20일 임기가 끝나는 허 행장의 후임을 다음달 중순쯤 결정한다. 대추위가 차기 행장 후보를 결정하면 국민은행 내 '은행장 후보 추천 위원회'(행추위)의 자격검증 및 심사와 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치게 되지만, 윤 회장이 대추위원장인 만큼 사실상 차기 행장이 확정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올해는 푸르덴셜생명과 KB데이타시스템을 제외한 계열사 11곳의 CEO 13명(각자대표 포함) 임기가 연내 만료된다. 이 가운데 지난해 1월 새로 취임한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사장), 황수남 KB캐피탈·김청겸 KB부동산신탁 사장을 제외한 9명이 '2+1년' 이상의 임기를 채운 상태다. 국민은행장이 바뀔 경우 '대대적 물갈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CEO 인사는 12월에 단행된다.
지난해 말 윤 회장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허 행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 9명을 모두 연임시켰다. 다만 당시엔 9명 중 7명이 첫 임기(2년)만 채운 상태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견된 인사였다. 윤 회장으로서도 임기 마지막 1년을 앞두고 큰 폭의 변화를 꾀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올해 윤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금융권 시각은 엇갈린다. 우선 코로나19 사태가 변수로 떠오른 만큼, 올해도 안정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허 행장은 3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성적도 나쁘지 않다. 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선 '리딩뱅크'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각종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빗겨나 있다. 나머지 계열사들도 CEO를 교체하더라도 소폭의 인사만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3기 체제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국민은행장에 새 인물을 등용시키는 등 계열사 CEO의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 경우 핵심은 차기 행장에 누가 올라설지이지만, 양종희 KB손보 사장의 행선지도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양 사장은 허 행장과 더불어 윤 회장의 양대 '복심'으로 통한다. 차기 행장 후보로 양 사장이 꾸준히 거론되는 배경이다. 이밖에 금융권에선 그룹 내 '사장' 직을 신설해 허 행장과 양 사장을 이동시켜 차기 회장 후보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붙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