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랜드마크⑥]근대건축물의 상징…'91살'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2020-09-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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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날개', 박완서 '나목' 속 장소…개화기 문화의 중심 '미쓰코시백화점'

근래 한국은 역사상 최고의 문화 부흥기를 누리고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된 남자 아이돌 BTS(방탄소년단), 베트남의 축구 영웅 '쌀딩크' 박항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등 국가대표 문화 외교관들의 활약 덕이다.

세계의 관심이 한국으로 쏠리는 가운데, 한국의 상징적인 랜드마크 상당수를 보유한 서울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이에 서울의 랜드마크를 대표하는 건축물 50선을 조명해본다.
 

[신세계건설 제공]

◆이상 '날개', 박완서 '나목' 속 장소…개화기 문화의 중심 미쓰코시백화점
 
"나는 어디로 어디로 들입다 쏘다녔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몇 시간 후에 내가 미쓰코시 옥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 나는 거기 아무 데나 주저앉아서 내 자라 온 스물여섯 해를 회고하여 보았다."
 
세기의 문제적 천재, 이상의 소설 '날개'의 한 대목이다. 여기 나오는 미쓰코시는 바로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전신(前身)인 미쓰코시 백화점 경성점이다.

이 백화점은 개화기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근현대 건축물로, 당시 경성의 문화의 중심부를 차지해 문학작품에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했다. 소설가 박완서의 첫 소설 '나목(裸木)'에 주인공 이경이 출근하던 미군 피엑스(PX) 건물로 출현하기도 했다.

미쓰코시 경성점은 1930년 개장했다. 당시 경성 최고 번화가 ‘혼마치(本町)’1정목(충무로 1가)의 엿 경성부청 터에서 첫 문을 열었다. 조선은행(한국은행) 맞은편 자리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들어섰다.

절충식 르네상스 타일 건물인 미쓰코시 경성점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백화점이다. 이 건물은 일본 건축가 미쓰코시 건축사무소의 하야시 고헤이(林幸平)의 역작으로도 불린다.

당시 대부분의 건물들이 건축면적 100m² 미만의 단층건물이었던만큼, 건축면적 1400m²에 달하는 이 초대형 건물은 생기자마자 서울 도심의 명물이 됐다. 미쓰코시 외에도 서양인이 지은 건축물 등 대형 건물이 몇 채 더 있었지만, 당시 일반인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은 극소수였기 때문에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수많은 ‘모던 보이’와 ‘모던 걸’, 문인, 예술가들을 배출해냈으며, 이들의 창작과 좌절, 고통의 시간을 함께 향유했다. 이후엔 1945년 8.15 광복 후엔 다양한 역할로 옷을 바꿔입으며 자리를 지켰다. 

광복 이후엔 귀속재산이 돼 동화백화점으로, 1950년 6.25 전쟁 때는 한동안 미군 PX로 활용됐다. 또 1953년 휴전 후 관재청 관할이었다가 1954년 조선방직에 민간불하돼 독립법인이 됐다.

1962년 동방생명을 거쳐 1963년 삼성그룹에 동방생명과 함께 세트로 인수돼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백화점 체인인 신세계백화점으로 개칭했다. 1964년 이 건물에서 동양텔레비전방송이 개국하기도 했다. 그러다 1970년 건물 뒷부분, 1971년 5층이 덧지어져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이후 1985년 보수공사, 2005년8월 신관 완공 후 리모델링, 건물 외벽 타일 전면 교체 등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특히 리모델링 과정에서 건물 외벽을 덮었던 노란빛 타일을 신관과 같은 붉은빛 화강석으로 전면 교체해 신세계백화점 본점만의 독특한 외형을 만들어냈다. 
 

명동거리 일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상권 1번지' 명동, 조선시대 주택지서 대표 쇼핑거리로 
 
명실상부 대한민국 상권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중구 명동. 서울의 대표적 상업지구로 도·소매업과 금융업, 관광업 등 서비스 산업의 밀집지역이다.

명동은 충무로·을지로·남대문로 사이에 있다. 이름은 남부 명례방의 ‘명’자를 딴 것이다. 서울특별시를 상징하는 번화가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지금의 충무로인 본정(本町)보다 낙후된 지역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주택가였으나, 일제강점기 충무로가 상업지역으로 발전하면서 인접 지역인 이명동도 그 영향을 받아 상가로 변하게 됐다. 현재는 중국대사관과 명동성당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상가 지역이다. 한국의 금융 중심지이며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K-팝, K-뷰티, 의류 등 한국 문화산업의 대표 쇼핑거리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명동은 세계에서 8번째로 임대료가 비싼 상권으로 꼽히기도 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당시 전 세계 68개국 481개 쇼핑지역을 대상으로 회사의 자체 데이터를 이용해 임대료 순위를 매긴 내용을 담은 연례보고서 '세계의 주요 번화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상권은 조금씩 쇠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10대 쇼핑거리 중 한 곳이었던 명동은 지난해 임대료가 나 홀로 하락하며 순위가 9위로 밀려났다. 관광객은 늘었어도 국내 소비 부진으로 인한 업황둔화와 온라인으로 옮겨간 쇼핑문화로 인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관광객이 줄고 외출을 삼가는 분위기가 지속하면서 상권은 점점 더 얼어붙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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