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동산채권담보법 따른 담보물 채무자가 제3자에 처분해도 배임죄 성립 안 돼”

2020-08-2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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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소유 동산을 채권자에게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이하 ‘동산채권담보법)에 따라 담보로 제공한 후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여도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9도14770)이 나왔다.

대법원은(주심 대법관 노태악) 금일 “동산담보설정계약에 따라 동산채권담보법상 채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 및 보전할 의무가 있는 채무자라 할지라도 통상의 계약에서 이루어지는 이익 대립관계를 넘어 채권자와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면서 “채무자가 담보가치를 유지 및 보전할 의무를 위반하여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임무위배행위 여부 판단에 앞서 맡겨진 사무가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는지 먼저 가려야 한다. 형법 제 355조 제2항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 이익 등을 취하여야’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번 전합 판결을 통해 채무자의 동산담보권이 설정된 담보물에 대한 담보가치 유지 및 보관의무는 채권자를 위하는 측면이 있다고 하여도 본질적으로 ‘자신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1심과 원심은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므로 채무자에게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례에 대해 타인의 사무에 관한 엄격해석을 통해 사적 영역에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사적 자치의 침해를 방지한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개입을 자제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는데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판결로 보인다.

이에 더하여 대법원 전합은 지난 2월 20일 기존 견해를 변경하여 채권자에 양도담보 된 채무자의 동산을 채무자가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에도 당사자의 이해대립관계를 넘어 신임관계에 기초한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바 있다(2019도9756). 양도담보란 채무보증의 한 방법으로 채권자에게 담보물의 형식적으로 소유권을 이전해주지만 일정기간 내에 변제 등을 하면 소유권을 돌려받는 것을 말한다. 민법이 규정하는 제도는 아니지만 법원은 그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재산권 행사에 있어서 법원에 의한 국가형벌권 개입자체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가 민사절차에서 충분한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살펴봐야 된다는 지적이 있다.

[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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