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27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존 전망보다 올해 국내 경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 한은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달에는 -1.3%로 1.1%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5월 전망에서는 하반기 들어 글로벌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것으로 봤는데 (현재까지) 꺾이지 않고 있고, 국내에서도 재확산이 발생했다"며 하향 조정의 원인을 설명했다.
이 총재와 한은은 이날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겨울까지 코로나19 재확산이 지속되는 '비관적' 시나리오의 경우 –2.2%까지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3단계로 격상될 경우도 경기 위축으로 성장률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1.3%도 실제보다 높을 수 있다"며 "재확산이 지금처럼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만 지속될 경우에도 -2%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한은의 전망보다 실제 경기상황이 더 나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재정 정책을 사용하는 등 노력을 한다고 보고 -1.3%라는 수치를 진단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계와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로 경기 위축이 지속되더라도 사실상 정부와 한은이 활용할 뾰족한 방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우선 현 정부가 4차 추경과 2차 재난지원금 지원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시행됐던 재정 정책을 넘어서는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까지의 재정 정책으로 상당한 규모의 부채가 발생한 탓에 너무 큰 규모로 정책을 집행하기가 어렵다는 진단이다.
한은 역시 정부와 사정이 다르지 않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날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남았다고 선언했으나 학계와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실효하한에 다다른 상황이라 간단하게 금리 인하 정책을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한은은 이번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현재 0.5% 수준에서 동결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현재 국내 기준금리 수준으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기준금리(0∼0.25%)와의 격차가 0.25∼0.5% 포인트밖에 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만약 한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해 연준 기준금리 상단과 유사해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사실상 기준금리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실효하한선에 도달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아울러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경우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추가 기준금리 인하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부각될 금리 정책이라는 의견이 많다.
성 교수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서 금리를 동결하기가 어렵다"며 "부동산 시장을 살펴 금리를 결정할 수는 없지만, 부동산 시장이 불안할 때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지금도 충분히 낮은 상황이라 금리를 더 낮출 수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