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수석급 대거 교체] ②‘참여정부 데자뷔’…文, 15년 전 盧와 선택 같았다

2020-08-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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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명 중 2명 사표 수리…2020년 6명 가운데 수석 3명 교체

文 대통령, 일괄 사표 사흘 만에 결단…사실상 3기 참모진 개편 시동

정무 최재성·민정 김종호·시민사회 김제남 내정…돌파형 전진배치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전 의원(왼쪽부터)을, 신임 민정수석으로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 시민사회수석에 김제남 청와대 기후환경 비서관을 내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원인과 배경은 달랐지만, 선택은 같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최근 사의 표명을 한 청와대 참모진 6명 중 3명을 교체했다. 이른바 ‘강남 똘똘한 한 채’ 논란을 낳으며 부동산 여론에 불을 지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일단 유임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오늘 정무수석 비서관에 최재성 전 국회의원, 민정수석 비서관에 김종호 감사원 사무총장, 시민사회 수석비서관에 김제남 기후환경 비서관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신임 수석비서관 3명은 오는 11일자로 임명될 예정이다.

인사추천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 실장과 후임 인사검증을 해야 하는 김외숙 인사수석은 유임됐다. 또 대(對)언론 관계를 총괄하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도 이번 인사 발표에서 제외됐다.

2005년 1월 7일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아들의 이중국적 문제 등 각종 의혹으로 임명된 지 사흘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병준 정책실장, 박정규 민정수석, 정찬용 인사수석, 이병완 홍보수석 등 6명이 사표를 냈다. 여기에는 문재인 시민사회수석도 포함돼 있었다.

노 대통령은 6명 중에 인사수석과 민정수석 등 2명의 사표를 수리했고, 15년이 지나 문 대통령은 6명 중에 민정수석·정무수석·시민사회수석 등 3명의 수석을 교체했다.

국정운영의 공백을 막기 위해 순차적으로 인사를 진행한 점이 공통점이다. 특히 국면 전환용 인사를 자제하고 한 번 기용하면 믿고 맡기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신중한 결정을 위해 지난 주말 내내 고심을 거듭했다.

여기에 현 정부 출범 후 첫 청와대 참모진의 일괄 사표 제출이라는 점에서 상황에 이번 인사의 무게감은 컸다.

문 대통령은 다분히 문책성 인사로 볼 수 있는 이번 인사를 통해 새롭게 ‘3기 참모진’ 진용을 짤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인사를 순차적으로 내서 민심 이반의 충격파를 막겠다는 계산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차기 비서실장 자리다. 대통령제의 특성상 비서실장은 국정운영의 2인자로 꼽히며 막강한 권한과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차기 비서실장 후보군은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전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비롯해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를 지낸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성 카드’로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꼽힌다. 다만 유 부총리는 교육정책의 연속성, 김 장관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 악화가 기용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추가 인사 가능성과 관련해 “오늘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발표내용까지”라면서 “추후 인사는 대통령 인사권에 관한 사안이기 때문에 답변 드리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인사의 핵심 ‘키(key)’인 비서실장 교체 시기에 따라 나머지 참모진과 더 나아가 장관 교체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국무위원들 중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박능후 보건복지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강 장관과 박 장관은 정권 초부터 ‘원년 멤버’로 장기간 동안 자리를 지켜왔다.

부동산 정책 방향 유지를 위해 김상조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 등 경제정책 라인은 일단 이번 인사에서 제외됐지만, 어느 타이밍이든 교체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날 교체된 면면을 봤을 때는 ‘강성·돌파형 스타일’의 인사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비판 여론에도 당분간 국정운영의 강한 드라이브를 계속 걸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강가정 정무수석의 후임으로 내정된 4선의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새정치연합 대표 때 사무총장을 지냈다. 전략·기획통으로 분류되지만,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호위무사’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로 강한 돌파력도 갖췄다.

김종호 신임 민정수석은 감사원의 요직을 거친 감사 전문가로, 현 정부 초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직한 바 있다. 조국 전 민정수석에 이어 비검찰 출신 기용에 대한 문 대통령의 선호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거성 시민사회수석의 후임으로는 현 김제남 기후환경비서관이 승진 발탁됐다. 녹색연합 사무처장 출신인 그는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난 1월부터 청와대에 입성해 재직 중이다.

일각에서는 감사원 출신의 김종호 수석과 ‘탈원전론자’인 김제남 수석은 최재형 감사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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