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부동산 정책 실패가 여야 지지율의 교차를 가져올 기세다. 집권 4년차 여당이 과거 정부의 정책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에 이제는 마음을 비운 느낌이다. 정책 실패를 차분히 반성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실정을 부인하면서 무언가 열심히 한다는 시늉을 내기 위해 이것저것, 허둥지둥, 우왕좌왕 일단 던지고 본다. 경실련이 교체를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정책실장, 기재부장관, 국토부장관은 23차례의 부동산 정책을 모두 숙지하고 있을지 궁금할 정도이다. 급기야 8월 초 급조된 공급대책에 대해서는 의사결정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지방자치단체들과 지역 출신 여당 국회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발표된 23번째 정책이 최종적인 것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20대 국회 내내 회자되었던 여당의 ‘야당 복’이 이제는 야당의 ‘여당 복’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일단 주거목적의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임대주택은 보유주택보다 안정성 면에서 훨씬 뒤떨어진다. 임대료는 물론 주거기간, 사생활 보호 등에서 훨씬 불안정하다. 한국사회에 독특한 전세제도는 그나마 임차인에게 계약기간 동안 임대료 안정을 보장해주는 제도이다. 더욱이 저금리 국면에서 전세는 분명 세입자에게 유리한 제도이며, 따라서 임대인이 월세로의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임대차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이 확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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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한국인이 ‘내 집’을 극단적으로 선호하는 이유는 자산 동기 때문이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말해주듯이 불안정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자산으로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이다. 금융자산은 수익률이나 안전(정)성에서 아직은 크게 뒤떨어진다. 최근 사모펀드 운용에서 드러난 은행들의 사기행태는 부동산에 대한 선호를 더욱 키울 것이다. 결국 한국처럼 노후대책을 개인이 마련해야 하는 나라에서는 주택이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은퇴하기 시작한 베이비부머에게 정부가 던지는 메시지는 3가지이다. 노후대비가 잘되어 있는 베이비부머는 재능기부, 경영자문, 여타 봉사활동과 같은 여가활용으로 가장 바람직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현금자산이 부족하지만 괜찮은 주택이라도 보유하고 있는 부류에게 정부는 주택연금을 설계하여 ‘열심히 일한 당신 집 팔아 살아라’고 권유한다. 이마저 부족한 베이비부머는 아파트 경비원, 지하철역 택배, 공공기관 기간제 고용 등으로 때로는 목숨 걸고 ‘입에 풀칠’해야 한다. 이들에게는 영구임대주택이 반드시 필요하다. 안정된 노후대책 없이 자산 목적의 부동산 보유는 줄어들기 어렵다.
현 국면에서 부동산정책은 투기수익을 철저히 환수하여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매점매석’된 주택이 시장에 공급되도록 기왕의 특혜(임대사업자제도, 공시가격제도 등)를 폐지함으로써 전국 기준 60%인 자가보유율을 100% 가까운 주택보급률에 접근시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현 정부 부동산정책이 지금까지 실패한 이유는 임대사업자제도의 조속한 폐지와 같은 ‘투기(불로)소득의 환수’를 통한 시장안정이라는 뚜렷한 목표 설정이 없이 즉흥적인 ‘핀셋’ 규제로 시장참여자를 의도적으로 혼란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취득, 보유, 양도의 3단계에 걸쳐 보유주택 수, 보유기간, 거주기간 등을 감안하면서 설계된 불로소득의 환수 없이 부동산시장의 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