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외국인 기관투자자의 중국 위안화 채권 보유액이 2조5000억 위안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 위안에서 5000억 위안 증가한 것이다. 역대 사상 최대치다. 7월에도 외국인 기관투자자의 중국 채권 매수세는 계속해서 이어졌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전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중국은 코로나19 충격을 회복해 2분기 플러스 성장률을 실현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전 세계 각국, 특히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이 코로나19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양적 완화와 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공격적인 채권 매입으로 이들 국가 채권 가격은 급등했다(채권 수익률 하락). 반면 중국은 아직 대규모 행동에 나서지 않아 추가 경기부양을 펼칠 여력도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미·중 양국간 국채 스프레드(금리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금융정보 분석 플랫폼 아이콘(Eikon)에 따르면 중국 10년만기 국채와 미국 10년만기 국채간 스프레드는 약 250bp(1bp=100분의 1%)까지 벌어졌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중국 채권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몰릴 수 밖에 없다.
하아든 브리스코 스위스 UBS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채권책임자는 "현재 전 세계가 국채 명목 수익률에 '절대적으로 굶주린 상태"라며 "환 헤지 비용을 감안해도 중국 채권은 '뛰어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그동안 중국 본토 채권시장은 개방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분기별 외국인의 중국 채권 보유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에도 6월말 기준, 중국 본토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보유비중은 약 2.4%에 불과하다.
이에 최근 중국은 채권시장 개방에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엔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JP모건 등 글로벌 벤치마크는 중국 본토 채권을 주요 채권 지수에 편입시켰다. 이는 연기금을 비롯한 지수를 추적하는 기관투자자들의 중국 채권 매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아직까지 보유한 중국 채권 대부분은 중국 국채지만 올 들어 중국 국가개발은행 등 국책은행 채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무디스는 진단했다.
영국의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애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 자료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7월 24일까지 중국 국책은행이 발행한 채권에 1270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채 유입량을 초과한 것이다.
에드먼드 고 애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 채권 투자 매니저는 중국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증시로 눈길을 돌리면서 떠난 채권시장 빈 자리를 외국인들이 메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중국을 신흥국 채권시장의 하나로 분류하는 게 아닌, 아예 별도의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