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퍼스트 코리아!] "위안화로 석유 결제하라" 산유국 압박하는 中 화폐굴기

2020-06-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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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a. 석유시장 판도변화…중국 '오일 위안화' 야심

위안화로 원유 선물 거래···오일 위안화 탄생

사우디 석유 'VIP' 중국··· '오일 달러' 흔드나

미중 갈등 속 위안화 국제화 '속도'···기축통화 노린다

중국이 세계 최고 교역품 원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오일 달러’ 지배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각국 석유 수요가 감소하며 나타난 저유가 기조, 미·중 갈등 격화가 촉매제가 됐다.

원유시장 결제화폐가 되는 건 기축통화의 첫 관문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란 구매력을 바탕으로 위안화의 국제화 압력을 높이는 가운데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화폐전쟁의 캐스팅보터로 떠올랐다. 

미중 일일 원유수입량 비교.[그래픽=임이슬 기자]


◆위안화로 원유 선물 거래··· '오일 위안화' 탄생
2018년 3월 26일, 중국 상하이 국제에너지거래소(INE)에서 위안화 결제 원유 선물거래 시장이 처음 문을 열며 오일 위안화의 탄생을 알렸다.

중국은 2017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하루 1000만 배럴 원유를 수입한다. 하지만 달러 결제 기반의 국제 유가시장에서 중국의 가격 결정권은 미미했다. 영국 런던에서 거래되는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 뉴욕에서 거래하는 서부텍사스원유(WTI)를 벤치마크 지표로 삼고 있어서 구미 주도로 유가가 결정된 탓이다.

중국은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결제하는 원유 선물 거래를 늘려 위안화의 국제화에 속도를 내려 했다. 이는 1970년대 오일 달러로 기축통화 지위를 이어간 미국의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아울러 WTI, 브렌트유 등에 맞서 아시아 원유 벤치마크가 되겠다는 야심도 있었다.
 
지난 2년간 위안화 원유 선물 거래는 서서히 확대됐다. 중국 사회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이는 이미 두바이, 싱가포르 등을 제치고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다음 가는 세계 3위 원유 선물시장이 됐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6%를 넘었다. 

다만 상하이 원유 선물 하루 평균 거래량은 약 14만건으로, 하루 평균 거래량이 100만건 이상에 달하는 브렌트유나 WTI엔 크게 못 미친다. 그렇다고 오일 위안화 파워를 무시하긴 어렵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자 무역·제조업 경제의 선두주자기 때문이다. 

◆사우디 석유 'VIP' 중국··· '오일 달러' 흔드나

특히 위안화 원유 선물은 오일 달러를 우회할 수요가 있는 투자자에게 메리트가 있다. 미국과 반목하는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란 등 산유국은 이미 위안화로 원유를 결제하고 있다.

'친미' 성향의 중동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위안화 결제를 고려할 정도다. 1974년 미국과 사우디가 맺은 달러 결제 협약으로 사우디 석유는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했다. 오일 달러 시대의 막이 오른 것이다. 이는 달러가 기축통화 자리를 지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사우디가 위안화로 결제해 중국에 석유를 수출한다면, 이는 전 세계 원유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사우디에 위안화로 결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사우디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VIP'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해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중국을 찾아 280억 달러어치 돈다발을 뿌리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중국의 신(新)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에 80억 달러를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과다르항은 일대일로의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은 이곳에서부터 중국 남서부를 잇는 송유관을 깔고 있다. 중동에서 수입하는 석유를 미국 해군이 장악한 믈라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도 육로로 안전하게 수송하기 위해서다. 사우디가 여기에 투자한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 위축, 탈(脫) 석유화 움직임 속 전 세계 석유 소비에 구조적 감소가 예상된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화 속에서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국제유가 발언권을 키워나가며 오일 달러 시대의 종료를 앞당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성공한 중국의 원유 수요는 이미 코로나19 이전의 90%까지 회복해 국제 원유시장의 ‘구세주’가 됐다. 에너지 리서치업체 우드 매켄지는 올 하반기 중국 원유 소비량이 지난해보다 2.3% 늘어 하루 136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갈등 속 위안화 국제화 '속도'··· 기축통화 노린다
 
사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달러 의존도를 줄이며 위안화의 국제화에 시동을 걸었다. 세계 1위 수출대국 지위를 이용해 위안화 무역결제를 늘려나갔다. 이는 2016년 미국 달러, 영국 파운드, 일본 엔, 유로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에 편입되는 결실로 이어졌다. 위안화가 주요 국제통화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중국은 이제 오일 위안화를 위안화의 국제화 촉매제로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오일 달러를 미국 국채 등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면서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이 최대 수혜를 입었다. 이른바 '오일 달러 순환(petrodollar recycling)'이다. 마찬가지로 중국 원유 수입이 위안화로 결제되는 사례가 늘어나면 산유국들은 중국 국채 등과 같은 위안화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하게 된다. 이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위안화 자산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은 2018년 12월부터 18개월 연속 중국 국채를 순매입했다. 중국 국채는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글로벌 지수' 등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 지수에 편입될 정도로 국제 투자자의 인정을 받고 있다.

반면, 오일 달러 근간인 미국 국채 인기는 시들하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1월까지 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은 17개월 연속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였다. 매각한 액수만 4300억 달러어치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각국의 달러 외환보유액 비중은 1999년 73%에서 지난해 62%까지 낮아졌다. 반면 위안화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2.01%에 달했다.

물론 아직 달러를 대적하기엔 갈 길이 멀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1월 기준 위안화 국제결제 비중은 1.65%에 불과, 달러의 40%에 크게 못 미친다. 무엇보다 중국의 금리 자유화와 자본계정에서의 위안화 자유 태환, 금융시장 개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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