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바른 공직사회, 신뢰받는 정부를 실현해나갈 적임자로 기대한다."(2017년 12월 7일,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불편하고 또 맞지 않으면 사퇴하라."(2020년 7월 29일,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정부·여당의 평가가 180도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 첫 감사원장으로 임명된 최 원장이 최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와 관련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던 탈(脫) 원전 정책의 명운과 직결되는 월성 1호기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감사원장 흔들기'에 나선 모습이다.
최 원장은 임명 때부터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역설해왔다. 그는 2018년 1월 2일 임명사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기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좌고우면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감사업무를 수행해 국민 행복과 성공적 국가 운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후보자 시절에도 "오래 법관 생활을 한 저를 지명한 건 감사원의 독립성,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으로 이해한다"고 언급, 감사원의 독립성 강화에 대한 뜻을 거듭 표명했다.
최 원장은 '살아있는 권력'인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에 대해서도 엄격히 감사할 것을 약속했다. 지난해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 원장은 "청와대도 다른 기관과 동일한 잣대로 감사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별도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감사원은 최 원장 임명 뒤 최초로 국가정보원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그간 중앙정보부라는 명칭으로 창설됐던 1961년 이후 단 한 번의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국정원을 비롯한 이른바 권력기관은 각 기관의 특수성이나 법령상 제한 등으로 외부 통제가 취약했다"면서 권력기관도 언제든 감사원 감사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드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짚었다.
이외에도 최 원장은 사법연수원 시절 다리가 불편한 동료를 2년간 업어 등하교시킨 미담으로 잘 알려지는 등 뚜렷한 소신이 있는 인사인 동시에 약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큰 인물로 여겨진다.
이 같은 최 원장의 이력을 주목한 청와대는 장고 끝에 그를 감사원장으로 모셔왔지만, 최 원장은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를 계기로 정부·여당의 숙적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에 칼을 겨눈 윤석열 검찰총장과 유사하다고 평가하며 최 원장을 '제2의 윤석열'로 명명할 정도다.
앞서 최 원장은 감사원이 월성 원전 감사 결과를 차일피일 미루며 정권 눈치 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지만, 정부·여당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최 원장 발언이 잇달아 폭로되면서 이런 평가는 역전됐다.
최근엔 청와대가 현재 공석인 감사위원 자리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추천했는데 최 원장이 '친(親) 정부 인사'라는 이유를 들어 두 차례 이상 거절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이에 청와대가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자 여권 내 '최재형 때리기'는 더욱 심화됐다.
한 정치평론가는 최 원장과 여권 간 대립 구도에 대해 "감사원 감사 결과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하게 나올까봐 그러는 듯한데 너무 노골적이어서 결국 자가당착 형국에 빠질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영구 집권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고 쓴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