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주식시장을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달러화 약세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신흥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7818억원을 순매도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3월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만 12조5500억원을 팔아치우며 폭락장을 이끌었다. 이후에도 4월(4조1001억원), 5월(3조8838억원), 6월(1조2188억원)까지 수조원대의 자금이 이탈했다. 7월 들어서는 여전히 '팔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강도는 약해졌다.
증권가에서는 달러 약세가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끼쳐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에 긍정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환경에서는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최근엔 미·중 갈등이 재점화되며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주말 94.34를 기록하며 2018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달러 인덱스는 하락하고 달러 대비 아시아 통화가치 인덱스는 상승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여전히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데, 미·중 갈등이 반복되는 악재라는 점과 경기 모멘텀 개선 강도도 중국과 유럽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국 통화가치와 지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이전보다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6월 약달러 현상이 가시화된 후 미국 이외 증시의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 외국인 매도세 진정과 경기민감(Cyclical) 종목 반등으로 달러 약세 효과가 발현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그간 방대한 유출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한다면 (약달러 현상이) 신흥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패시브 자금 유입이 가시화된다면 국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 역시 우선적인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