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26일 '2020년 상반기 GDP에 나타난 최근 국내 경제 특징'을 주제로 한 경제주평을 통해 "상반기에 나타난 GDP(국내총생산)의 급감 및 최근 부진한 경기 흐름을 고려하면 한국 경제의 연간 기준 플러스 성장률 달성에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전기 대비 기준 올해 1분기 -1.3%, 2분기 -3.3%의 성장률을 기록한 한국 경제가 연간 0%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오는 3분기 및 4분기에 전기대비 3.2%씩 성장해야 한다는 게 현대연의 분석이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는 하반기에 0.8%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가능한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연이 전망한 2020년 상반기 -0.9%, 하반기 1.4%, 연간 0.3%의 기존 전망치와 비교하면, 최근 발표된 상반기 -0.8%의 실적치는 연간 플러스 성장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는 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는 ‘V자 반등’보다는 장기간 느린 회복의 경로를 보일 것으로 현대연은 내다봤다.
현대연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및 공급 충격을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방어하면서 경제성장률 하락폭이 일부 완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2020년 하반기에도 제3차 추경이 예정돼 정부 부문이 경제성장률 하락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동제한 및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되면서 민간 부문의 소비 활동에 제약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2020년 상반기 민간소비 증감률은 전년동기대비 -4.4%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0년 상반기의 민간 부문 투자는 전년동기대비 0.6% 증가하며 플러스 증가율을 보였지만, 2019년 저조했던 상황에 대한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됐다.
올 상반기에는 제조업 부문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가동률 및 출하·재고 사이클이 부진한 가운데 취업자 감소세도 지속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요 제조업 생산이 급감하면서 2020년 상반기 제조업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1.8%를 기록했다. 향후에도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이 멈출 가능성이 작아 주요국의 경제 활동 제약이 지속될 것으로 현대연은 우려했다.
국내 수출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 제조업 부문의 마이너스 성장률은 하반기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연은 경기 침체 및 불확실한 전망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2020년 4~5월에 60%대로 급락했으며 수요 부진 및 출하 감소 지속 등으로 재고가 증가하는 국면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재고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확대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은 개선되는 착시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지적됐다.
제조업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이전부터 진행되어온 신규취업자 감소 추세도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타 산업에 대한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제조업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전체적인 고용 증가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대연은 올해 하반기 성장세를 이끌기 위해서는 재정정책, 통화정책, 금융안정화정책 및 고용유지정책 등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간의 조합 및 유연한 대응을 통해 경제 주체들이 느낄 수 있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정책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언제 안정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민간 경제 주체의 생존 지원이 가장 중요한 만큼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시장의 활력을 높이고 해외 경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사전규제에서 ‘민간 자율규제·사후규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현대연은 판단했다.
현대연 관계자는 "또 제조업 활성화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신산업 및 R&D 투자, 미래 지향적 산업 정책 추진, 혁신 추구 선호의 사회적 분위기 형성 등을 지속해서 전개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