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 CEO 인사이트] ‘마른수건 짜기’ 나섰던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 신약 승부수 시동

2020-07-2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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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제약사 탈피, 과감한 R&D 투자로 성장 꾀해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이사 [사진=현대약품 제공]

현대약품 상반기 실적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가 최근 실적과 연구개발(R&D)에서 소기의 성과를 보이면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던 현대약품에 조금씩 활기를 불어넣는 모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약품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전년 동기(7억원) 대비 434.1% 늘며 최근 10년 새 분기 최대실적을 올렸다. 같은 기간 매출은 352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줄었으나, 순이익은 111.1% 증가한 29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로 분석하면, 영업이익은 4배 증가했고, 순이익은 68.3% 늘었다.

실적개선에는 해외품목이 회계상 무형자산으로 처리되고, 판매관리비 등이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현대약품의 경우 업계 평균보다 판매관리비 지출이 높았으나, 긴축경영에 돌입하며 실적이 향상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약품의 2분기 판관비는 지난해 133억원에서 104억원으로 대폭 축소돼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특히 광고선전비용이 22억원가량 줄면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됐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이 대표가 선제적으로 비용절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경상연구개발비 감소 역시 실적에 반영됐다. 2분기 연구개발비는 9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26억원) 대비 64% 줄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예상했던 임상계획이 다소 지연되면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성과가 눈에 띄는 것은 현대약품 이익률이 몇 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약품은 수년째 영업이익률이 1%대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이익률은 평균 1.5% 수준에 불과했는데, 이는 제약업계가 평균 7~9%의 이익률을 내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번 실적 개선으로 이 대표의 리더십이 점차 발휘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오너3세 타이틀 외에 내세울 만한 실적이 없다는 업계의 우려 역시 조금씩 해소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창업자인 고 이규석 회장의 손자이며, 이한구 회장의 아들이다.

또 중소제약사로서는 이례적으로 매출의 10%를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이 대표의 뚝심이 서서히 자리잡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제네릭의약품(복제약)에 의존하는 중소제약사를 탈피하기 위해 산하에 제1‧2연구본부와 개발본부, F&B 연구소 등의 조직을 두고 있다. 이들은 파킨슨병 치료제와 당뇨병 치료제, 치매 치료제 등 신약을 개발 중으로, 이 대표는 2018년 135억원을 연구개발에 쏟았고, 지난해에는 125억원을 투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현대약품은 최근 국내 신약개발기업인 사이러스에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 'HDNO-1765'의 기술을 이전하는 성과를 올렸다. 총 계약 규모는 248억원이다. HDNO-1765는 먹는 형태의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에 작용하는 의약품이다.

경구용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HD-6277(HDNO-1605)'은 임상1상 결과에서 안전성‧내약성이 확인되면서 지난 4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2상을 승인받았다. 또 치매치료제 'BPDO-1603(BPS-034)’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복합제 임상3상을 승인받았다.

이외에도 개량신약인 노인성질환 'HDDO-1728' 내분비질환 'HDDO-1756', 호흡기질환 'HDDO-1801' 등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약품 R&D 파이프라인[자료=현대약품 홈페이지 제공]

업계 관계자는 “발암물질 메트포르민 성분 당뇨병약 사태로 현대약품 신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다만 임상2상에 따른 R&D비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단기간 내 수익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이 대표의 강한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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