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부양책에 합의했지만, 핵심기술 기업 주가 상승에 제동이 걸리면서 혼조세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59.53p(0.60%) 오른 2만6840.40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S&P500지수는 5.46p(0.17%) 상승한 3257.30으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86.73p(0.81%) 내린 1만680.36을 기록했다.
우선 EU 정상들이 닷새 만에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 부양책에 합의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끌어올렸다. 이날 EU 정상들은 7500억 유로(약 1027조원)의 초대형 경제회복기금 도입에 합의했다. 보조금 규모 등을 두고 의견이 나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마라톤 회의로 이어졌지만, 결국 합의안을 도출해낸 것. 이로써 EU 각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받은 충격에 대응할 힘을 얻었다.
또한 우려를 깨고 미국 상장기업들이 잇달아 양호한 2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는 점도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미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이날까지 S&P500지수 소속 기업 58개가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81%가 예상보다 양호한 순익을 보고했다. 전일 장 마감 후 발표된 IBM은 2분기 순익과 매출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코카콜라와 록히드마틴 등도 예상보다 나은 실적 발표를 내놓으면서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그동안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기술주가 주춤하면서 증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전날 8% 가까이 급등하면서 뉴욕증시에서 상승 랠리를 주도한 '미국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 주가가 이날 차익 실현 장세 속에 1.83% 내렸다. 애플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주가 역시 1% 이상 빠진 채로 장을 마감했다. 이로 인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장 초반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운 이후 곧바로 방향을 틀면서 장 후반에 가서는 낙폭을 키웠다.
시장은 미국의 5차 부양책이 언제, 어떤 규모로 나올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실업보험 지원 등의 주요 프로그램이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미국 정부와 의회가 추가 부양책을 위한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부양책에 대한 기대를 유지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글로벌 시장 전략 담당 대표는 "부양책이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소식으로 증시가 혜택받을 것"이라며 "미국의 재정적자가 큰 폭 늘어나지만, 이런 시기에는 대규모 정부 지출이 증시에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7월 내에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케빈 메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부양책 법안이 이달 말까지 마련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음 달 첫 주에 해당 법안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서양 건너 유럽증시는 EU의 대규모 경제회복기금 협상 타결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프랑스 CAC40지수는 0.22% 오른 5104.28에, 영국 FTSE1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11% 상승한 6268.30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독일 DAX지수는 0.96% 상승한 1만3171.83을 기록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50지수도 0.50% 오른 3405.35로 거래를 종료했다.
국제유가 역시 큰 폭으로 올랐다.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유가를 끌어올린 것. EU 정상들이 초대형 경기부양책에 합의한 데 이어 미국 의회도 최소 1조 달러의 5차 경기부양책을 마련 중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8% 뛴 41.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9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2.54% 상승한 배럴당 44.38달러를 가리켰다.
국제 금값도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1.5%(26.50달러) 뛰어오른 1843.90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 9월 이후 종가 기준 가장 높은 숫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