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KBS는 18일 이동재 채널A 기자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전 기자가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해야 윤석열 검찰총장 입지가 넓어진다"라고 말하자 한 검사장이 이를 격려·지지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가 나가자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 측은 강력히 반발했고 곧바로 고소장까지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역시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결국 KBS는 보도 하루 만에 정정·사과기사를 냈다.
언론계에서는 언론사가 오보를 즉각 정정하고 사과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KBS 사과보도를 두고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KBS뿐이 아니라 대한민국 언론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조 전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는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 차례 언론 보도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당시 언론들은 정 교수가 이른바 '조국가족 펀드'라고 명명됐던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에서 고문료를 받았고 운영에도 관여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정 교수 혹은 조 전 장관이 이 회사 실질 지배자이고 코링크가 숨겨진 재산이며, 심지어 조 전 장관이 '대선 자금 확보를 위해 펀드를 운용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는 재판 과정에서 허위로 드러나거나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지난달 "이제 재판이 열린 만큼 피고인 측 목소리도 온전히 보도해주시면 고맙겠다"며 "기계적 균형이라도 맞춰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정의연 수사가 진행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주경제와 만난 정의연 관계자들은 "도무지 '반론권'이 없더라'고 입을 모았다. 아무리 기자들에게 '사실이 아니다'라고 배경까지 세세하게 설명해도 반영되지 않았고 오히려 해명을 왜곡한 기사까지 나갔다는 것이다.
최근 정의연은 당시 사실을 왜곡한 기사에 대해 무더기로 정정보도 신청을 했고 상당수가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주요 신문들이 쏟아낸 기사들이 무더기로 삭제되거나 정정보도를 해야 할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이미 문제 기사들을 근거로 극우보수 단체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왜곡된 기사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간 뒤였다.
유우성씨도 마찬가지다. 유씨 측은 당시 황당한 보도가 쏟아지자 해당 언론사에 '반론권'을 달라고 직접 전화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기사에 담기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허위로 밝혀진 것도 있지만 어느 언론사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는 게 유씨 측 설명이다.
최진봉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언론은 당연히 양쪽 의견을 함께 보도하는 것이 섭리"라며 "이를 지키지 않는 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않은 보도이므로 저널리즘 원칙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론권을 충분히 주지 않는 것도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