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금융기관들의 대기업·중소기업·가계주택·가계일반 대출 태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조건을 강화하거나 대출한도를 줄이겠다는 의미다.
우선 은행은 차주에 관계없이 2분기보다 대출심사 조건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은 2분기까지 완화된 분위기였으나 3분기 들어 급격히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완화적이지 않았던 가계주택 대출은 더욱 심사가 강화될 예정이며, 그 외 가계일반 대출도 더 이상 완화적이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올해 은행의 대출 규모가 매우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반작용으로 분석된다.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액은 40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생한 가계대출 규모인 60조7000억원의 66.89%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기업대출 규모도 7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 기업대출 규모(44조9000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초점금리 정책금융을 취급한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은행을 찾은 기업이 많았던 탓이다.
비은행 금융기관 중에서는 신용카드사를 제외한 저축은행·상호금융조합·생명보험회사 모두 대출 심사를 엄격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용카드사는 지난 2분기 카드론 등의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유일하게 대출 심사가 완화적일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대부분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가 엄격해질 것으로 보이나 대출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3분기에도 기업은 코로나19 영향 여유자금 확보 필요성과 운전자금 부족 등으로 은행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 역시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가계소득 부진 영향으로 가계일반 대출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비은행 금융기관 중에서는 저축은행이 은행과 유사한 대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금융조합과 생보사에도 대출 수요가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과 비은행 모두 3분기 들어 차주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며 "가계와 기업의 대출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위기를 느낀 은행이 대출 심사를 엄격히 진행할 것으로 보여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8일까지 199개 금융기관(은행 15·상호저축은행 16·신용카드 8·생명보험사 10·상호금융조합 150) 여신 총괄책임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