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매도 나선 '국가대표팀'···증시 '과열' 신호?
1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중국 증시 강세장 속 '중국판 국민연금'인 전국사회보장기금과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하자 해당 주식이 일제히 폭락했다.구체적으로 전국사회보장기금은 보유하고 있던 중국인민보험(PICC) 지분 약 9억주 매도할 계획이다. 이는 중국인민보험 전체 발행 주식의 약 2%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9일 종가 기준으로 모두 73억 위안(약 1조2000억원)어치에 달한다. 전국사회보장기금은 중국인민보험의 2대 주주다. 공시에 따르면 전국사회보장기금은 자산 분배와 투자 수요에 따라 이번 지분 매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도 보유하고 있던 후이딩과기, 베이더우싱퉁, 아오메이의료 3곳의 지분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이 소식에 10일 베이더우싱퉁과 후이딩과기 주가는 3~4% 이상 하락했다.
관영언론, '완만한 강세장' 강조…'레버리지 투자' 경고도
사실상 중국 지도부가 국가기금을 동원해 중국 증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상하이 완지자산운용 뉴춘바오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를 통해 "이보다 더 분명한 신호는 없다"며 "중국 금융 감독 당국은 지금 주식시장이 너무 뜨거워졌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증시에서 국가기금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증시가 폭락하면 주식을 매입하고, 증시가 과열되면 주식을 매도해 사실상 시장에 간섭하는 것이다. 2015년 중국 증시 대폭락 당시 중국증권기금공사와 중앙회금공사 등 국가대표팀이 주식을 대거 매입하며 증시 부양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9일 투자자에게 금융기관의 불법적인 주식 마진 대출 리스크를 경고했다. 전날엔 불법 주식담보대출 플랫폼과 운용사 258곳의 명단을 공개하고 경고 조치했다. 불법 플랫폼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는 과거 2015년 중국증시 대폭락의 원흉으로 지목됐었다.
관영언론을 동원해 '완만한 불마켓(慢牛)', '건강한 강세장(健康牛)'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10일 중국 4대 증권일간지 1면만 봐도 그렇다. "주식 투자는 안정을 추구하지, 빠름을 추구하지 않는다(중국증권보)", "중국 증시에서 중·장기적인 완만한 불마켓이 나타날 조건이 차츰 성숙해지고 있다"는 등 제목의 기사가 헤드라인에 걸린 것이다.
이는 2015년 대폭락을 겪은 중국 지도부로선 증시가 5년 전처럼 갑작스레 버블 붕괴하지 않도록 사전에 위험을 차단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너도나서 빚내서 투자···2015년 폭등장 재현 우려
최근 들어 상하이종합지수가 지난달 30일부터 8거래일 연속 상승행진을 이어가는 등 '불마켓'에 시동을 걸었다. 지수는 2900선에서 단숨에 3450까지 뛰었다. 8거래일에 걸쳐 상승폭은 16%가 넘었다. 블룸버그는 이번 주에만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 시가총액이 1조 달러 늘었다고 집계했다. 같은 기간 다른 글로벌 주요 증시 상승률을 크게 앞지른다.
너도 나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며 일일 주식 거래대금은 1조5000억 위안을 돌파했다.
빚을 내 주식을 거래하는 신용대주 거래잔액은 9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1조3000억 위안을 넘어섰다. 갑작스레 주식 거래가 늘며 증권사 주식거래 앱 서버가 다운됐을 정도다. 블룸버그는 "중국증시의 극적인(Dramatic) 움직임이 5년 전 폭등장을 연상케 한다"고 표현했다.
2015년 중국 정부는 관영언론을 통해 중국인들의 주식 투자를 적극 부채질했다. 중국 기업들이 부채를 갚고 투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증시를 띄운 것이다.
당시 중국 주식시장엔 '광풍'이 불었다. 2014년말까지만 해도 3000선에 머물렀던 상하이종합지수는 2015년 6월 5000선 꼭지점을 찍었다. 하지만 너도나도 빚을 내 주식 투자에 뛰어들며 오히려 부채 급증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는 버블 붕괴로 이어지며 한 달만에 지수는 3000선대로 뚝 떨어졌다. 이후 현재까지 중국증시는 줄곧 2000~3000선대에만 머물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