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ITC는 이날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예비 판결에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불공정경쟁의 결과물이며, 미국시장에서 배척하기 위해 10년간 수입을 금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메디톡스와 미국 파트너사 엘러간은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담은 기술문서 등을 메디톡스로부터 도용했다며, 지난해 1월 ITC에 영업상 비밀침해 혐의로 공식 제소했다.
ITC는 부정하게 생산된 수입제품 등이 현존하는 미국 산업에 피해를 주는지를 판단하는 기구다. 부당한 방법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고 결정되면 수입‧판매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현재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나보타’는 미국에서 ‘주보’라는 제품명으로 출시돼 판매되고 있다.
ITC는 이번 예비판결의 주요 내용에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 공정은 보호돼야 하는 영업 비밀이다’,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각각 영업비밀에 대해 보호되는 상업적 이익을 갖고 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ITC 행정판사의 판결로 경기도 용인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임이 입증됐으며,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나보타를 개발한 것이 진실로 밝혀졌다”며 “대웅제약이 수년간 세계 여러 나라의 규제 당국과 고객에게 균주와 제조과정의 출처를 거짓으로 알려왔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의 주보는 전세계 보톡스 시장 1위를 차지하는 미국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상 ITC의 예비판결은 본판결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웅제약은 ITC의 예비판결이 명백한 오판이라며, 이의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예비결정은 미국의 자국산업보호를 목적으로 한 정책적 판단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대웅제약은 ITC로부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는 대로 이를 검토한 후 이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ITC 행정법 판사의 예비결정은 그 자체로 효력을 가지지 않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며 “위원회는 예비결정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파기(reverse), 수정(modify), 인용(affirm) 등의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고, 다시 대통령의 승인 또는 거부권 행사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예비결정은 행정판사 스스로도 메디톡스가 주장하는 균주 절취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명백히 밝혔다고 주장하며, 최종 판결에서 진위를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ITC는 16s rRNA 차이 등 논란이 있는 과학적 감정 결과에 대해 메디톡스 측 전문가 주장만 일방적으로 인용했거나, 메디톡스가 제출한 허위자료 및 허위 증언을 진실이라고 잘못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메디톡스의 제조기술 도용, 관할권 및 영업비밀 인정은 명백한 오판임이 분명하므로, 이 부분을 적극 소명해 최종판결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ITC 예비판결 결과에 따라 국내 민‧형사 소송에서는 메디톡스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2016년부터 보툴리눔 균주 도용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메디톡스는 ITC의 판결 결과를 토대로 ITC 소송 외에 국내에서 진행 중인 민사, 서울지검에 접수된 형사고소 등으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에 관한 혐의를 낱낱이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관련 자료가 제출되면 한국 법원은 물론 검찰에서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는 ITC의 판결과 동일한 결론을 낼 것으로 확신한다"며 “ITC에 제출한 여러 증거자료와 전문가 보고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더욱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